‘부모 찬스’로 논문 작성 실적을 꾸며 대학 입시에 활용했다가 적발된 인원 중 절반은 입학취소 처분을 면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들은 모집 요강에 허위 서류를 제출하면 입학이 취소된다는 내용을 명시하고도 ‘면죄부’를 줬다. 심각한 연구부정을 저질렀음에도 해외 대학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대학 재량이라는 이유로 처벌을 면해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교육부는 25일 이런 내용의 ‘고등학생 이하 미성년 공저자 연구물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2017년 12월부터 실태조사 5번, 중간발표 6회를 했는데 이날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2007~2018년 미성년자가 공저자로 등재된 논문과 프로시딩(학술대회 발표용 연구물)을 들여다봤다.
미성년자가 저자로 등재된 논문은 1033건이었다. 이 중 96건은 미성년자가 논문에 기여하지 않은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로 밝혀졌다. 96건에 연루된 인원은 교원 69명, 미성년자 82명이다. 서울대가 22건으로 가장 많았고 연세대가 10건, 건국대와 전북대가 8건씩이었다.
교원 69명 중 중징계를 받은 인원은 3명, 경징계는 7명에 그쳤다. 57명은 주의·경고 처분을 받았으며 2명은 퇴직자여서 징계에서 빠졌다.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는 논문 표절 못지않은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인데 처분이 너무 가볍다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부는 “주의 경고 57명 중 51명은 징계 시효 3년을 지난 인원인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징계시효를 3년에서 10년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82명 중 해외 대학과 국내 대학 진학 인원은 각각 36명, 46명이었다. 해외 대학 진학자는 아예 조사를 진행하지도 못했다. 국내 대학 진학자 46명 중 27명은 수능 위주 정시 전형으로 대학을 가 논문 실적을 대입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9명은 입시자료 보관 기간이 지나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논문을 대입에 활용한 것으로 확인된 인원은 10명이었다. 이 중 5명만 입학이 취소됐다. 강원대 1명, 전북대 2명, 고려대 2명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와 이병천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아들이 포함됐다.
논문 실적을 대입에 활용하고도 입학취소 처분을 면한 5명은 전북대(2명), 인하대, 충남대, 카이스트 소속이었다. 전북대 2명은 교육부가 특정감사를 벌여 검찰에 수사 의뢰했으나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아 학적을 유지했다. 인하대와 충남대, 카이스트의 경우 모집요강에 허위서류 제출 시 ‘입학 취소할 수 있다’ 혹은 ‘입학 취소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합격에 미친 영향이 미미했다”는 이유로 학적을 유지했고 교육부는 ‘대학의 재량 행위’라며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문 실적이 자기소개서 등에 기재됐지만 다른 전형자료로 충분히 합격할 수 있는 인원으로 대학들이 판단했고 교육부는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를 존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