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공포심 유발하는 사회 분위기가 불안 기폭제”

입력 2022-04-26 04:08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강박장애 환자 중 ‘오염강박’ 진단을 받는 경우가 늘었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청결에 대한 집착을 불러일으켜 오염강박을 유발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박종석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5일 “전 세계가 ‘코로나 블루’에 시달렸는데 그 요인 중 하나는 오염강박으로 인한 고립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코로나로 인한 공황을 경험한 이들은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불안감 탓에 불안장애를 겪게 되는데 이때 오염강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4월 기준 불안장애 환자는 593명이었다가 1년 만인 지난해 4월에는 789명으로 33%나 증가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오염강박을 경험한 이들은 다른 환자보다 ‘사회에 대한 분노감’이 높다는 진단도 나왔다. 박 전문의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지켜본 오염강박 환자들은 개인의 경험 때문에 증상이 발현됐는데, 코로나로 인한 강박 환자들은 사회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책임을 외부에서 찾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지 못하면 불안과 강박은 더 심해진다”고 했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불안의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박 전문의는 “감염병에 대한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사회적인 심리 치료가 함께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심리적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많지만 치유를 위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지역사회 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심리 지원 체계의 접근성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