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산업과 비상장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이 시끄럽다. 주주들 반발이 거세다. 합병비율이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왜곡됐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소액주주를 비롯해 기관투자가들까지 단체행동에 나설 조짐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원산업에 투자한 블래쉬자산운용, 이언투자자문, 타이거자산운용 등의 기관투자가들은 합병비율을 재산정하지 않으면 다음 달 초에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등의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오는 8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할 경우 주주대표 소송을 진행하기 위해 지분 1% 이상 주주도 확보해뒀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은 지난 20일 규탄 집회를 열고 “불공정한 합병을 강행하면 참치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동원산업은 지난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기 위해 한국거래소에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합병을 마무리하면 지주회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된다.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하던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로 자리하게 된다.
논란의 방아쇠는 합병비율이다. 주주들은 “동원산업 가치가 저평가되고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는 고평가됐다”고 지적한다. 동원산업은 최근 주가 흐름을 반영한 기준시가를 적용해 주당 합병가액을 24만8961원으로 산정했다. 이는 순자산 가치(38만2140원)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이 산정방식대로라면 동원산업 가치는 9156억원, 동원엔터프라이즈 가치는 2조2247억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지난해 영업이익(별도 기준)에선 동원산업(717억원)이 동원엔터프라이즈(481억원)를 앞선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순자산 가치를 적용할 경우 합병비율은 기존 1대 3.8이 아닌 1대 10 이상이라고 분석한다.
이에 동원산업 주주들은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왜곡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동원산업 가치가 낮아질수록 오너 일가에서 지분을 더 가져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오너 일가에서 지분 99.56%를 보유한 비상장 법인이다. 최대주주는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24.5%)과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68.27%)이다.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동원엔터프라이즈(62.72%)다. 두 회사를 합병하면 김 부회장이 동원산업 지분 48.43%를 확보하며 직접 지배하게 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으로 보인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SK C&C와 SK 간 합병도 그런 맥락에서 진행됐다. 이런 합병들의 후유증은 상당 기간 증시에 남았고 한국 증시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소로 작용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