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용 시장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이 겹치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임금이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임금 상승은 다시 물가 인상을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가계 실질소득 증대에 큰 효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25일 발표한 ‘최근 노동 시장 내 임금 상승 압력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본급처럼 지속성이 높은 정액 급여가 임금 상승률에 미치는 기여도가 점차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임금은 4.6% 올랐는데 이 중 정액 급여 몫이 2.6%포인트를 차지했다. 추이를 보면 정액 급여 기여도는 상반기 2.3%포인트에서 하반기 2.8%포인트로 높아졌다. 이 수치가 높아진다는 점은 임금이 상승한 채로 굳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대 인플레이션(경제 주체가 예상하는 미래의 인플레이션)과 빈 일자리(현재 비어 있거나 1개월 안에 새로 채용될 수 있는 일자리) 비율이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점도 임금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소다.
1년 단위로 급여를 협상하는 한국 노동 시장 특성상 물가 충격은 4분기의 시차를 두고 임금 변동에 영향을 미친다. 이를 고려할 때 현재의 높은 물가 상승세와 고용 회복세가 이어지면 올 하반기 임금 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임금 상승은 이·미용료 세탁료 숙박료 목욕료 등 개인 서비스 물가 인상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다.
통계청이 지난 5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 상승했다. 물가가 4%대로 뛴 것은 2011년 12월 4.2% 이후 10년 3개월 만이다. 한은도 같은 날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4%를 유지하고 연간 상승률의 경우 기존 전망치인 3.1%를 크게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실제로 3개월 연속 3%대 중후반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던 지난 1월 월평균 명목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21.8%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20년 1.1%, 2021년 4.6%에 비하면 상승 폭이 몹시 크다.
한은은 “때에 따라서는 물가 상승이 임금 상승을 부추기고 이에 따라 물가가 추가로 상승하는 악순환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면서 “(물가를 안정화하려면) 경제 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