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합” 비난에 화들짝… 국힘, ‘검수완박’ 재논의 급선회

입력 2022-04-26 00:03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방문한 뒤 떠나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권 원내대표도 이날 박 의장을 면담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지도부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합의한 지 사흘 만인 25일 이를 재논의하기로 급선회한 것은 여론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의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지난 22일 중재안에 합의하자마자 주말 사이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내에서는 “중도층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검수완박 입법에 보다 신중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6·1 지방선거에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재논의에 응하지 않고 강행 처리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고스란히 맞게 되는 반면 국민의힘은 비난의 화살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사이 국민의힘 홈페이지에는 중재안과 이를 합의한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난하는 글이 수천건 올라왔다. 특히 중재안에 공직자 및 선거 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권을 박탈하는 내용이 담긴 것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정치인을 상대로 한 검찰 수사를 막기 위해 여야가 ‘야합’했다는 지적이었다. 권 원내대표가 “실망하신 국민과 당원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등 페이스북에 세 차례나 해명 글을 올렸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중재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후보자는 23일 “면밀한 분석과 사회적 합의 없이 추가 입법이 이뤄지면 (현행 제도하의) 문제점들이 심각하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의 발언은 윤 당선인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됐다. 윤 당선인도 24일 “일련의 과정을 국민들이 우려하시는 모습과 함께 잘 듣고 잘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도 “지지자뿐 아니라 중도층의 여론도 좋지 않다”며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재안에 합의를 해주면서 결국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동조한 꼴이 됐다”며 “검수완박으로 초래될 여론의 후폭풍을 민주당과 같이 맞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재논의 카드’를 꺼낸 데에는 지방선거에 나쁠 것 없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불통’ 이미지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재논의가 불발될 경우 국민의힘은 공세로 전환할 것”이라며 “민주당 홀로 법안을 강행 처리해야 할 텐데 국민들에게 비칠 그 모습이 과연 아름답겠느냐”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