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파라디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재작년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후각을 잃었다. 기침 등 다른 증상은 2주 만에 회복됐는데 후각은 거의 1년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그가 이듬해 잡지에 기고한 ‘냄새 없는 세상’ 체험기는, 가스레인지에 음식을 올려놓고 혹시 타는 냄새를 못 맡을까봐 우두커니 지켜봐야 했다든지, 자기 몸에서 땀 냄새가 나고 있을까봐 하루에도 몇 번씩 씻어야 했다든지 하는 일상의 불편을 소개하면서 시작한다. 뭘 먹어도 기억 속 그 맛이 안 나고, 딸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도 익숙한 그 냄새가 안 나서 우울감이 찾아오려 할 무렵 어느 식당에 갔는데, 새로 칠한 페인트 냄새가 갑자기 코에 들어왔다. 다섯 달 만에 처음 맡는 냄새였다.
그때부터는 세상이 흑백TV 같았다고 한다. 페인트 냄새가 나거나, 아무 냄새도 안 나는. 스테이크는 페인트 소스를 뿌린 것 같았고, 콜라는 묽은 페인트를 마시는 듯했다. 그렇게 페인트 냄새에 갇혀 또 반년을 보내며 이러다 영영 예전 일상을 되찾지 못할 것 같다는 공포가 엄습했을 때쯤 정원을 손질하다 흙냄새를 맡았다. 그것을 시작으로 다행히 그는 후각을 회복했지만, 많은 감염자들에게 코로나 후유증(롱코비드)은 훨씬 더 집요했다. 영국 보건 당국이 파악한 롱코비드 증상은 피로감(51%) 후각상실(37%) 호흡곤란(36%) 집중장애(28%) 순으로 많았는데, 입원환자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1년 만에 완전히 벗어난 경우는 30%가 채 안 됐다. 이런 롱코비드 환자가 미국은 30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미국과 유럽에는 이미 롱코비드 클리닉이 상당수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 초기부터 감염자가 쏟아진 터라 후유증의 심각성을 그들은 일찍 깨달았다. 오미크론에 와서야 대규모 감염사태가 벌어진 한국의 롱코비드는 이제 시작이다. K방역은 공동체를 보호하는 전략이었다. 구성원 개개인이 희생하고 힘을 모아 바이러스 확산에 맞섰다. 그런 이들에게 남겨진 후유증이란 상처를 개인의 몫으로 돌릴 수 없다. 이제 공동체가 그들을 보살펴야 할 때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