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학교 출범부터 최일선에서 헌신해 온 김성묵(72) 온누리교회 장로는 대한민국 아버지학교의 산증인이다. 그는 얼마 전 이사장직을 넘겨주고 고문으로 추대됐다. 김 고문을 최근 서울 서초구 아버지학교 사무실에서 만났다.
-아버지학교의 가장 큰 열매는 뭘까.
“가정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 것이다. 집보다 가정, 방보다 사람, 가구보다 관계가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줬다. 아버지로 하여금 가족, 특히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게 했다. 남자로 태어나 저절로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가 될 수는 없다. ‘아버지가 되기 위한 공부’의 필요성과 실천 방법을 전파했다고 생각한다.”
-출범 30년이 다 돼간다. 아버지학교의 역할은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 시대 변화에 발 맞추려 노력하고 있다. 연구개발(R&D) 센터를 두고 아버지학교 운동의 사회적책임과 역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 젊은 아버지들을 위한 ‘젊은아빠학교’나 시니어 아버지들을 위한 ‘시니어아버지학교’도 준비 중이다.”
-요즘 신세대 아버지들의 특징이 궁금하다.
“너무 부드럽다. 강직했던 예전의 아버지들과는 대조적이다. 아버지는 왕 전사 스승 친구 같은 요소를 지니고 있다. 요즘 아버지들은 친구 같은 아버지 성향이 강하다. 반면 나머지 요소, 특히 왕 같은 아버지의 모습은 약하다. 건강한 권위를 지닌 아버지의 모습이 필요하다.”
-남편과 아버지로서 자평한다면.
“인생의 전반부는 세상 일에 미쳐서 살았다. 이혼 직전까지 갔다. 아버지학교 사역 초창기에는 “예수 만나기 전엔 세상에 미쳐 우리를 힘들게 하더니 이제는 아버지학교에 미쳐서 가족을 힘들게 하느냐”는 얘기도 들었다. 어느 날, 큐티(말씀 묵상)를 하면서 아이들이 ‘아버지가 무섭고 싫다’고 하더라. 그 자리에서 아이들 앞에 무릎을 꿇고 ‘내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이후로 아이들이 마음 문을 열었다. 아버지학교는 삶의 실천운동이다.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지금 관계가 좋다.”
-남편을 살리는 아내의 역할도 강조해 왔는데.
“남성의 최대 욕구 중 하나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다. 부부 싸움하다가 남편 입에서 “너 나 무시해?”란 말이 나오면 심각해진 상황이다. 아내들은 말투와 표정을 바꿔라. 남자는 따뜻한 어머니 품이 그리운 사람들이다. 그러면 남편의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서로 인정해주면서 부부가 함께 수용력을 키워나갈 때 인생의 동반자로 서 가는 것이다.”
김 고문은 아버지학교 사역을 하면서 세 번의 고비를 넘겼다. 20년 전 대장암으로 대장을 50㎝나 잘라냈고, 3년 전엔 위암으로 위의 절반을 도려냈다. 그리고 지난달에는 코로나19 확진으로 보름 넘게 사경을 헤맸다. 모두 다 ‘영광의 상처’처럼 여긴다는 그는 “후손들에게 아버지학교 운동을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길 수 있도록 뒤에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