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검수완박 과정, 국민이 우려하는 모습 지켜보고 있다”

입력 2022-04-25 04:03
사진=연합뉴스

윤석열(사진) 대통령 당선인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한 데 대해 “일련의 과정들을 국민이 우려하시는 모습들과 함께 잘 듣고 잘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당선인 측이 밝혔다. 윤 당선인은 이어 “취임 이후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서 대통령으로서의 책임과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을 전했다. 민감한 이슈인 검수완박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국민 먹고 사는 것만 신경 쓸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거리두기를 했다. ‘검찰 대통령’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이날 윤 당선인의 발언에서 ‘우려’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은 눈길을 끌었다. “지켜보고 있다. 고심하고 있다”고 했던 지난주 언급과 비교하면 한 발 더 나간 입장이다. 다만 여전히 직접적인 의견 표명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윤 당선인이 참전하는 순간 검수완박 이슈는 블랙홀처럼 다른 현안들을 모두 빨아들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수완박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안 위원장은 “만약 이 법이 통과되면 이행 과정 중에 범죄자들이 숨 쉴 틈을 줘 많은 국민이 피해를 볼까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검수완박 법안은) 우리나라 사법 체계의 가장 중요한 근간에 대한 부분”이라며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제대로 균형과 견제를 할 수 있는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중재안 협상을 주도했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가 ‘야합’했다는 비난 여론이 들끓자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했다. 권 원내대표는 “6대 중대범죄 중 선거와 공직자 범죄를 사수하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선거와 공직자 범죄를 포함할 것을 주장했지만, 하나라도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더 축소하지 않으면 ‘원안 통과밖에 없다’는 민주당의 강력한 요구를 이겨낼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당선인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검사는 “당선인은 1년 전의 말이 거짓말이었는지, 아니면 1년 만에 생각이 뒤집혔는지 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을 정치 입문 발판으로 삼고, 대권을 잡은 뒤엔 조직을 팔아넘긴 데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3월 사직하며 남긴 ‘검찰 가족께 드리는 글’에서 “검찰의 수사권 폐지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수완박을 반대했던 검찰총장이 대선에 승리한 뒤 동조했다는 것은 기가 막힌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차장급 검사는 “당선인 역시 정치인이 된 뒤에는 검찰 수사권 박탈이 나쁠 것 없었던 것 아니겠나”고 꼬집었다.

문동성 이경원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