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인철 딸, 아버지 드러내고 ‘풀브라이트’ 장학금 탔다”

입력 2022-04-25 04:01 수정 2022-04-25 04:01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딸 A씨가 2013년 7~8월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 심사를 받을 당시, 지원자 A씨의 부친이 당시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장이었던 김 후보자라는 사실이 알려져 있었다는 정황이 25일 드러났다.

A씨가 이런 과정을 통해 장학생으로 최종 선발됐고, 1억원 정도의 장학금을 실제로 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A씨 장학금을 둘러싼 ‘아빠 찬스’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의혹의 핵심은 딸 A씨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뽑히는 과정에서 당시 동문회장이었던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다.

심재옥 한미교육위원단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선발할 때 ‘블라인드(Blind·개인 정보를 가리는)’ 평가는 하지 않는다”면서 “A씨가 지원했던 2013년 장학생 선발 과정에도 블라인드 평가는 없었다”고 말했다.

심 단장은 “숨길 것이 없다면, 지원자가 자기소개서에 가족 얘기를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블라인드 평가 여부를 떠나서 자체적으로 철저하게 심사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심씨가 단장으로 있는 한미교육위원단은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자체적으로 선발한다. 심 단장은 2004년부터 단장을 맡아 장학금 심사 과정을 총괄하는 인사다. 당시 A씨 심사를 총괄했던 심 단장이 A씨가 가족 관계 등을 자기소개서에 썼고, 심사위원들이 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심 단장은 면접 당시 A씨가 김 후보자의 딸인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부 심사위원은 A씨가 김 후보자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파악됐다. 당시 심사 과정을 잘 아는 교육계 관계자는 “2013년 8월 면접 때 6명의 심사위원이 면접장에 들어갔다”면서 “당시 ‘자기소개서(personal statement)’는 블라인드 심사가 아니었다. 거기에 가족 등 모든 걸 쓴다. 그걸 보면, A씨가 동문회장이었던 김인철의 딸이라는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교육위원단의 주요 재원 중 하나가 동문회의 후원”이라며 “이에 따라 당시 동문회장이었던 김 후보자의 딸을 탈락시키기 어려운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A씨의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고 주장했다.

심 단장은 이에 대해 “1999년 서울 마포구 풀브라이트 건물을 구입할 때 동문회 측이 건물가의 절반을 부담한 것을 제외하면 기부를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빠 찬스’ 논란이 더욱 증폭되면서 김 후보자 측이 의혹 해소를 위해 A씨가 당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와 대학 졸업 학점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김 후보자 측은 “풀브라이트 장학금 심사는 한미교육위원단이 총괄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모르고 있다”면서 “김 후보자는 A씨의 심사 과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박세환 정현수 안규영 구승은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