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적(政敵)들을 국무·법무·재무장관 같은 요직에 중용해 ‘통합 인사의 달인’으로 불리는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모든 대통령들의 롤모델이다. 그가 만약 대한민국 국회 인사청문회에 서면 어떻게 될까? 청년 시절 사업 파산과 복잡한 채무 관계, 우울증 6개월 입원 치료, 7번의 선거 실패, 부인 마리 토드 링컨 여사의 사치와 공금 유용…. 만신창이가 돼 낙마하지 않을까? 아마 전 세계적으로 우리 인사청문회를 ‘완벽하게’ 무사 통과할 인물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인사청문회가 25, 26일 한덕수 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필두로 본격 개시된다. 윤석열 당선인은 앞으로 10여일간 열리는 청문회 성적표에 따라 당장 6·1 지방선거 판세와 여야 협치, 나아가 집권 1년차 국정 동력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 국민들과 윤 당선인 그리고 여야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세 가지 관점에서 검증하고 또 검증받을 것으로 본다.
첫 번째 관점은 이념 검증이다. 한 총리와 18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이념적으로 편중됐는지 검증해야 한다. 역대 정부 때마다 숱한 편중 인사(지역 편중, 캠프 편중, 대학 편중, 연령 편중, 성별 편중)가 있었지만 그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나쁜 인사는 단연 이념 편향 인사라고 본다.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편향된 사람은 매사에 갈라치기와 분열을 능사로 삼는다. 이념 편중 인사는 열성 지지층 구축에 유리할지 모르지만 동시에 열성 반대층을 형성해 국론 분열로 치닫게 만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손석희 전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3·9 대선 패배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근본적 원인 하나만 꼽는다면 조국 사태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586 운동권 중심의 이념 편향적 국정 운영일 것이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윤 당선인이 내세운 ‘실용주의 내각’의 면면을 날카롭게 검증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관점은 능력 검증이다. 우리는 경력과 능력이 일천한데도 대선 때 기여했거나 당선자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중용되는 ‘무능 인사’와 ‘낙하산 인사’를 숱하게 보지 않았던가? 부도덕성이 드러나 낙마하면 본인과 가족이 사적 피해를 입는 데 그치지만, 무능력한 장관이 임명되면 막대한 공적 피해를 입힌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도 전문성 없는 정치인 장관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재선에 실패했던 이유도 백악관 요로에 정치 경험이 전무한 딸 이방카와 사위처럼 무능한 참모들을 배치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청문회에서 ‘의외로’ 정책 능력 검증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신선한 반응과 함께 지방선거 전략으로도 유리할 것이다.
세 번째로 빼놓을 수 없는 건 도덕성 검증이다. 3·9 대선 때 윤석열 이재명 후보가 도덕적 흠결이 많아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라고 했지만 결국 두 사람은 1, 2위를 차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탓인지 ‘깨끗한 후보’보다 ‘유능한 후보’를 더 선호하는 것이 요즘 대중심리인 것 같다. 요즘 한 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한동훈 정호영 등 장관 후보자들의 각종 의혹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도덕성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다.
민주당은 직무역량, 공직윤리, 국민검증이라는 3대 기준과 7대 원칙(세금탈루, 부동산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 병역기피, 음주운전, 성범죄)을 송곳처럼 날카롭게 들이대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낙마 기준이 없다. 차제에 여야는 부동산 투기 등 항목마다 10점씩 매겨 총점과 평균점을 산출하는 점수화·지수화 매뉴얼을 만들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내로남불’의 악순환이 계속 반복된다. 아울러 도덕성은 비공개 검증하고, 정책은 공개 검증하는 미국식 FBI(연방수사국) 검증 시스템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잔뜩 망신당하고 청문회를 가까스로 통과한 장관이 심기일전해서 부처의 공직 기강을 다잡기가 어디 쉽겠는가.
‘승자인 국민의힘의 밀어붙이기냐, 패자인 민주당의 발목잡기냐?’ 청문회 과정에서 두 개의 무서운 민심 프레임이 작동할 것이다. ‘검수완박’ 국면에 이어 여야 격돌이 예상되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링컨의 명언이자 인사 철학 하나가 떠오른다. “만약 누군가를 당신 편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이 진정한 친구임을 확신시켜라!”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