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기름값 파동 우려가 일고있다. 이번에는 석유류가 아닌 식용유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가 오는 28일부터 팜유 수출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 라면 등 팜유를 주재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가격 상승 우려가 커졌다. 계란 한 판(30개) 소매 가격도 8개월여만에 또 다시 7000원을 넘어섰다. 국제곡물가격 상승으로 산란계가 먹는 사료 가격이 뛰어오른 영향이 반영됐다. 가뜩이나 팍팍한 가계 사정에 계란 넣은 라면조차 먹기 부담스러워질 수 있다.
24일 관세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수입하는 팜유는 지난해 기준 56.4%가 인도네시아산이다. 과반에 달하는 물량이 다음 달부터는 수입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정부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출금지 발표 직후 가공식품 업계와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축산삭품부 관계자는 “재고 여유분이 좀 있는 상황이다. 원가에서 팜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가격)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수출금지 조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도네시아 국내 상황이 맞물리면서 이뤄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주산지인 해바라기씨유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국제 유지류 가격이 치솟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유지류 가격은 전월 대비 23.2%나 급등했다. 부족한 해바라기씨유 대신 팜유나 대두유, 유채씨유 사용량을 늘리면서 전 품목이 골고루 다 오른 것이다. 그러자 인도네시아 팜유 생산업체들은 값을 더 쳐주는 수출에 ‘올인’하느라 내수 공급 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필연적으로 인도네시아 국내 팜유 가격이 급등했고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결국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지난 23일 팜유 수출 금지 명령을 내렸다.
계란 가격도 심상찮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23일 기준 계란 한 판 평균 소매 가격은 1개월 전(6358원)보다 10.3% 오른 7010원을 기록했다. 평균 소매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 4일 이후 처음이다.
이 역시 국제식량가격 상승이 원인으로 꼽힌다. FAO에 따르면 지난 달 곡물가격은 전월 대비 17.1% 상승했다. 상승폭만 보면 유지류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사료로 많이 쓰이는 옥수수의 주산지 중 하나가 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원재료 공급이 뚝 끊기면서 사룟값이 치솟아 계란 판매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따르면 1분기 사료 수입 가격은 전분기 대비 5.8% 상승했다.
전 세계 식량 공급망 교란이 심화하면서 당분간은 먹거리 물가 상승 압박이 더욱 커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민수 에그스카우터 곡물무역컨설팅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식량 공급망 교란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쟁이 발발하고 중국 식량 수요가 증가한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