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100% 재생에너지로 사용전력을 조달하는 ‘RE100’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탄소중립이 시장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격상하면서 이런 흐름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를 잡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24일 충북 오창 공장의 재생에너지 적용 확대를 위해 제주에너지공사·제주특별자치도청·제주 동복마을로부터 23GWh 규모의 풍력·태양광 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REC)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번 REC 구매로 오창 공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지난해 16%에서 올해 50%까지 3배 이상 확대된다.
지난해 4월 한국 배터리 업체 중 처음으로 RE100에 가입한 LG에너지솔루션은 전 세계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폴란드, 미국 미시간 공장은 RE100 목표를 조기 달성했다. 중국 난징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도 올해 안에 100%로 확대할 계획이다.
사실 재생에너지로의 100% 전환에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 따른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RE100에 앞다퉈 가입하는 건 ESG(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 경영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생존 조건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도 기업의 기후변화 관리 능력을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현재 한국에선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15개 기업이 RE100에 가입해 있다. 최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도 가입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RE100 목표 달성 시점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SK아이테크놀로지 등은 2030년까지 전 사업장을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한 전력으로만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전환, 탄소 중립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ESG기반으로 바뀌고 있다”며 “어차피 가야할 방향이라면 끌려가지 말고 선제적으로 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RE100 가입만 하지 않았을 뿐 자체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을 늘리는 기업도 증가세다. LG화학은 안정적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해 한국남동발전과 삼천포태양광 발전설비의 REC를 20년 간 장기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