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25일부터 속속 진행될 예정이던 국회 인사청문회가 시작부터 파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한 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후보자 측이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정상적인 인사청문이 불가능하다며 국민의힘에 일정 연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자료 제출에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온 한 후보자 측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한 일정을 불과 하루 앞두고 연기를 주장한 것은 무책임한 행태다.
한 후보자 대상 인사청문회는 25~26일 이틀 일정으로 합의했고 총리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과반이 찬성해야 임명할 수 있다. 171석의 민주당이 임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데도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며 연기하자는 것은 명분이 부족하다. 줄줄이 청문회가 예정된 윤석열정부 초대 내각 후보자들에게 충실한 자료 제출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고 해도 무리한 요구로 청문회를 파행시켰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정권이 교체되는 데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리는 청문회여서 이전보다 심한 정쟁의 장이 되리란 예상이 현실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인사청문회는 여야 간 힘겨루기 장이 아니다. 후보자들이 도덕성이나 자질, 전문성 등에서 고위공직을 맡기에 적합한지를 국민의 위임을 받은 국회가 검증함으로써 대통령의 자의적인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다. 청문위원들은 진영 논리나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오로지 후보자 검증에만 충실해야 한다. 여야는 청문회가 내실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합당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후보자들은 국회의 검증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여러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거나 청문위원들의 관련 자료 제출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하는 후보자들이 적지 않다.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의혹을 해명할 자신이 없다는 걸 자인하는 꼴이고 국회의 검증권을 사실상 무력화하겠다는 꼼수다. 당당히 자료 제출에 응하고 그럴 자신이 없다면 스스로 사퇴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사설] 총리 후보자는 자료 제출하고, 국회는 청문회 파행 않아야
입력 2022-04-25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