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확정… 외교부 당장 대체 공간 찾아야

입력 2022-04-25 04:02
서울 남산에서 24일 바라본 용산구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의 모습.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당초 대통령 관저로 한남동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검토했으나 너무 낡아 리모델링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이곳 외교장관 공관을 관저로 결정했다. 최현규 기자

새 대통령 관저로 서울 한남동에 있는 외교부 장관 공관이 낙점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당초 한남동의 육군참모총장 공관을 관저로 검토했으나 너무 낡아 리모델링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해 외교장관 공관으로 유턴했다.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보안과 경호 비용, 공기(리모델링 공사 기간) 등 여러 가지를 감안해 새로운 곳(외교장관 공관)을 공관으로 사용하기로 사실상 결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장관 공관 등 다수 공관이 들어서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촌 입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24일 외교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사실상 낙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배 대변인은 김건희 여사가 외교장관 공관을 방문한 뒤 관저로 확정됐다는 ‘관저 쇼핑’ 보도에 대해서는 “(낙점된) 이후 (김 여사가) 방문한 것이지 먼저 가서 낙점해 공관 변경하는 데 고려했다는 것은 오보”라고 부인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김 여사가 이전될 공관 후보지를 방문했다는 보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며 “전후 상황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도 없이 그저 당선인 배우자를 흠집 내기 위한 악의적인 꼬투리 잡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교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잠정 결론 내린 것은 담당 TF가 이전 비용, 경호, 교통 등의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육참총장 공관을 관저로 결정하고 리모델링에 필요한 25억원의 예비비를 승인받았다. 그러나 건물에 누수가 발생하는 등 노후 정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나 외교장관 공관으로 방향을 틀었다.


외교장관 공관은 시설 보수 작업이 꾸준히 이뤄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외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경화 장관 재임 기간 공관 시설 보수에 9억5000여만원, 현 정의용 장관 취임 후 6개월 동안 3억2000여만원을 사용했다.

외교장관 공관은 대지 면적 1만4710㎡(약 4450평)에 건물 면적 1434㎡(약 434평)로 축구장 2개 크기다. 중앙부처 장관 공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생활 공간(주거동) 외에 외빈을 맞는 리셉션장, 면담·회담을 위한 공간, 오찬·만찬 행사를 위한 연회장 등도 갖추고 있다.

외교장관은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외교장관은 물론 주요 국제기구 인사, 의회 대표단 등을 공관으로 초청해 외교 행사를 개최해 왔다. 광화문의 외교부 청사에도 회의 및 행사를 위한 공간이 있지만, 좀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타국 외교관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장관 공관이 선호됐다. 도심 한가운데 있는 청사보다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는 공관이 외빈 맞이에 적격이었던 것이다. 코로나19로 대면 행사 횟수가 줄기는 했지만 지금도 공관에선 매주 한두 차례는 외교 관련 행사를 연다고 한다. 외교부로선 당장 대체 공간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윤 당선인 측이 외교장관 공관 인근의 해병대 사령관 공관을 경호동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공관 연쇄 이동이나 통폐합이 진행될 수도 있다.

현재 정의용 장관이 공관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본격적인 리모델링 공사는 새 정부가 출범하는 5월 10일 이후에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은 일러야 5월 말에나 입주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윤 당선인은 입주 전까지 서초동 자택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 집무실까지 출퇴근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른 교통 통제 문제와 관련해 배 대변인은 “출퇴근 시간을 고려해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이 없도록 최선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고, 모의 연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