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수완박은 부패완판”이라던 윤 당선인 왜 방관하는가

입력 2022-04-25 04:03
여야가 합의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은 모순투성이로 급조된 정치적 계약서에 지나지 않는다. 중재안은 6대 중대범죄 중 공직자 범죄와 선거 범죄를 검찰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 안이 통과될 경우 넉 달 유예기간 뒤부터 검찰은 권력형 비리와 부정선거 사범을 수사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 고위공직자와 더불어민주당 정치인은 검찰 수사의 공포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얻고, 곧 들어설 윤석열정부 고위공직자와 국민의힘 정치인은 미래의 검찰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면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입맛에 맞게 꾸릴 기회를 얻는다. 정치인과 고위공직자만을 위해 사법체계를 흔드는 셈이다.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 되게 생겼다.

당장 6월 지방선거부터 선거 수사는 사실상 경찰이 홀로 감당해야 한다. 9월부터는 검찰이 해온 공직자 범죄, 방산비리, 대형 참사 등의 사건이 모두 경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떠넘겨질 것이다. 온갖 사건이 몰릴 경찰의 수사 부담과 출범 이후 고작 1건을 기소한 공수처의 수사 역량을 생각하면 신속하고 엄정한 범죄 척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수사권 조정 이후 안 그래도 느려진 경찰 수사는 더욱 더뎌질 테고,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대폭 축소돼 더욱 느슨한 견제 속에 진행될 것이다. 그런 경찰 수사의 대상은 대부분 일반 국민이 관련된 사건들이다. 국민을 위한 사법 서비스를 망가뜨리면서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와 범죄자만 득을 보는 내용이 중재안이란 이름의 저 계약서에 담겨 있다. 거기에 서명한 여야 원내대표는 야합에 책임을 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 문제를 방관하듯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검수완박은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친다)”이라고 하지 않았나. 사법 시스템이 망가져 부패가 판칠 수 있는 상황을 “국민의 눈높이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모호한 말로 어물쩍 넘기려는 듯하다.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니 공정과 상식보다 정치적 계산이 앞서게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정치인이 검찰 수사 안 받게 하는 거야말로 이해상충”이라 비판했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현 제도도 서민 보호와 부정부패 대응에 허점이 많은데, 중재안이 입법되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역시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눈에 뻔히 보이는 문제를 그냥 넘어가는 지도자를 국민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이 중재안은 결코 법률로 공포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