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28) 전도사는 마음 한구석에 걱정거리를 안고 지난해 서울신대 신학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동안 교회 사역을 하면서 모은 돈으로 첫 학기 등록금은 마련했지만, 나머지 학비는 낼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학기에는 휴학을 해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박 전도사를 도운 이는 선배 목회자들이었다. 그는 24일 “전액장학금운동본부의 도움으로 지난해부터 3년간 장학금을 받게 됐다. 학비 부담을 갖지 않고 오직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대 신대원 전액장학금운동본부(대표단장 이기용 목사)는 한국교회와 교단을 이끌어 갈 인재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총회장 지형은 목사) 산하 23개 교회가 적극 후원하고 있다. 지난해 창립 직후 53명의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연 700만원)을 수여한 데 이어 올해도 장학생 50여명을 추가 모집해 총 100여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기용 대표단장(신길교회)은 “공부에만 집중해도 좋은 목회자 되기가 쉽지 않은 이때 아르바이트를 하며 신대원에 다니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들에게 응원하는 선배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장학금을 주게 됐다”며 “3년 전액 장학금이면 적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교회 형편에 따라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민족과 교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려면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에 뜻있는 목사님들이 함께 힘을 모았다”고 밝혔다.
본부 소속 목회자들은 장학금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후배 목회자를 꾸준히 만나면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코로나19로 그 횟수가 줄었지만 연 2회 이상 소규모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또 최근 신길교회에서 열린 ‘2022 신대원 멘토링 수련회’에는 이 목사를 비롯해 한기채(중앙성결교회) 김형배(서산성결교회) 유승대(은평성결교회) 백운주(증가성결교회) 이춘오(홍성성결교회) 목사 등이 장학생들에게 목회 연애 가정생활 등의 노하우를 전수했다.
장학생들도 3년간 성경 300구절 암송, 주 4회 새벽예배 참석, 평균 학점 3.7 이상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김나실(27) 전도사는 “장학금을 받는 것 못지않게 선배 목사님들과 교제하는 것이 은혜롭고 유익하다. 그분들의 삶에서 묻어나는 경험이 큰 위로와 힘이 된다”면서 “내가 받는 혜택이 한국교회 성도들의 헌신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공부하면서 나중에 더 크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본부는 다음 달 중 장학생 추가 선발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앞으로 신대원 입학생 전원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이 목표다. 황덕형 서울신대 총장은 “후배 목회자 양성을 위해 목사님들이 발 벗고 나서주셔서 감사하다. 학생들을 더 잘 가르치는 일에 애쓰겠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