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학을 위한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을 받는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딸 A씨의 이화여대 졸업 학점이 3.8점대(4.3 만점)라는 주장이 24일 제기됐다.
의혹의 핵심은 A씨가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뽑힐 때 부친인 김 후보자가 한국풀브라이트동문회장을 맡고 있었다는 점이다. 딸이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뽑히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검증 과정에 관여한 정치권 관계자는 “김 후보자 딸이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는데, 4년 평균 학점이 3.83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A씨의 학점이 3.85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인사는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기 위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면서 “김 후보자 딸의 대학 평균 학점이 4.3 만점에 3.8대 학점이 맞는다면, 풀브라이트 장학금 경쟁에서 그렇게 우수한 성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관계자는 “3.8대 학점이 우수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교내 성적 ‘우수·최우수 장학금’을 장담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화여대는 ‘우수 장학금’(석차 6% 이내)과 ‘최우수 장학금’(석차 2% 이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A씨는 2014년 이화여대를 졸업할 때 졸업 학점 3.75 이상이 받는 ‘우등 졸업’ 인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졸업 학점이 4.0 이상인 ‘최우등’ 졸업 인정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후보자 측은 A씨의 학점 관련한 국민일보의 거듭된 질의에 “개인정보라 자세한 사항은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A씨가 2014∼2015년 2년 동안 미국 코넬대 응용경제학 석사과정에서 공부할 때 받은 풀브라이트 장학금은 1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 측이 A씨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기 위해 제출했던 대학 졸업 학점, 토플·GRE 등 외국어 성적, 학업계획서 평가 점수, 면접 점수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사례가 이번 논란의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A씨는 2013년 9월 한미교육위원단에서 운영하는 풀브라이트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김 후보자는 2012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동문회장을 역임했다. 딸이 장학생으로 뽑힐 때 동문회장을 맡고 있었다.
특히 학점은 A씨가 ‘아빠 찬스’가 아니라 자력으로 풀브라이트 장학생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풀 수 있는 결정적 열쇠 중 하나다.
A씨는 2014년 2월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미국 코넬대에서 응용경제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석사과정에서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다. A씨는 올여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재정학 박사학위를 취득할 예정이며, 올가을 캐나다의 한 대학에서 교수로 일할 것으로 알려졌다.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한미교육위원단에서 운영한다. 장학생도 이 위원단에서 자체적으로 선발한다.
김 후보자는 장학생 선발을 총괄하는 심재옥 한미교육위원단장과 함께 교육개혁 심포지엄을 열거나 풀브라이트 ‘동문인의 날’ 행사를 같이 개최하는 등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 후보자와 심 단장의 관계도 풀어야 할 숙제다.
박세환 구승은 강보현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