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22일 박병석 국회의장이 마련한 검찰개혁 중재안을 받아들여 국회에서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그러나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 전국 고검장 6명이 전원 사직서를 내면서 사상 초유의 검찰 지휘부 공백이라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집단 반발한 검찰의 잘잘못을 떠나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것은 여야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바꾸는 법안을 충분한 여론 수렴 없이 서둘러 합의한 탓이 크다. 국회의장 중재안만으로는 법안의 위헌 가능성, 경찰의 권한 남용 우려, 범죄자 대응역량 약화 등 각계에서 쏟아진 우려를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 의장의 중재안은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되 중대범죄수사청(가칭)을 만들 때까지 미룬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6개월 안에 중수청법을 만들고, 입법 후 1년 안에 발족키로 했다. 민주당이 당초 발의한 법에는 3개월 유예 기간이 있었으니, 3개월이 1년 6개월로 늘었다는 것 외에는 바뀐 게 없다. 게다가 수사권이 폐지될 때까지 검찰은 부패·경제 관련 사건만 수사할 수 있다. 별건수사 금지라는 명분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의 추가 수사도 막았다. 국가의 범죄대응 능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러니 정치인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지 못하도록 여야가 야합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는 수사를 검찰이 하느냐, 경찰이 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범죄로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고, 범죄자가 적반하장 격으로 활개치고 다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주장하는 검수완박은 이것과 거리가 멀다. “청와대 사람 20명은 감옥간다고 했다”는 양향자 의원의 말은 민주당이 여론을 무시하고 폭주하는 속내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여야가 특위를 만들어 관련법을 정비하겠다고 합의했지만 제대로 이행될지도 의문이다.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될 경찰을 제어할 대안을 찾고,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가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말만 앞세울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정쟁을 되풀이하다가 어설픈 법을 만들어놓고 시한이 다됐다고 우길 수도 있다. 국민들은 경찰의 LH 투기 의혹 사건 처리 과정을 지켜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능함을 경험했다. 개혁을 한다며 형사사법체계를 대책 없이 바꿀 때 발생하는 피해는 온전히 힘 없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