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탈당과 연어

입력 2022-04-23 04:10

2000년 12월 새천년민주당 송석찬 의원이 탈당 성명서를 발표하고 자민련으로 이적했다. 그는 “연어처럼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영광의 날을 지켜봐 달라”고 호소했다. 배기선·송영진 의원도 함께 탈당했다. 17석인 자민련을 원내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한 위장 탈당이자,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였다. 그런데 자민련 강창희 의원이 “정도가 아니다”라며 반발했다. 김종필 명예총재는 강 의원을 제명했다. 자민련은 19석이 됐고, 다시 의원 1명이 필요해졌다. 민주당은 장재식 의원을 이적시켜 자민련은 원내교섭단체가 됐다. 의원 꿔주기 꼼수까지 동원한 DJP 공조는 2001년 막을 내렸다. 송 의원 등 ‘연어’들은 민주당으로 돌아갔다.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이 도입됐다. 미래통합당은 총선을 앞두고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다급해진 더불어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통합당과 민주당은 총선 불출마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들을 위성정당으로 대거 이적시켰다. 총선에서 앞자리 번호를 받기 위해서였다. 민주당 최연소 의원(36세)이었던 정은혜 비례대표 의원은 민주당에 제명을 요청하며 ‘한 알의 밀알’이 되겠다고 했다. 한국당은 의원 17명을 모아 4번이 됐고, 시민당도 정 의원을 포함해 의원 8명을 확보해 5번을 받았다. 이적을 요청받은 4선 강창일 의원은 “당의 명령이란 이유로 명예를 더럽히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한국당과 시민당은 2020년 5월 각각 통합당·민주당과 합당하며 사라졌다. 의원들은 원래 소속 정당으로 돌아갔다.

민형배 의원이 지난 20일 검수완박 꼼수 처리를 위해 민주당을 위장 탈당했다. 민 의원은 “용기 낸다. 외롭지 않게 손잡아 달라”고 말했다. 그런데 21일 민주당 내부에선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민주주의 능멸’‘무리수’ 같은 단어들이 등장했다. 22일에는 검수완박 중재안이 합의됐다. 탈당 이틀 만에 탈당 명분이 사라졌다. 민 의원은 언제쯤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