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추방된 이후 불안과 함께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안은 인간에게 수시로 생겼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면서 삶과 정신을 위협한다.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pandemic: 전염병의 대유행) 위기 속에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경보단계를 1에서 6단계까지 나누는데 코로나는 최고등급인 6단계 상태다.)그런가 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 엄청난 파괴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는 이 전쟁의 참혹한 소식을 보고 들으며 그들이 겪는 불안과 공포를 같이 경험하고 있다.
불안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이처럼 우리는 불안을 종종 겪으며 산다. 실제로 상담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배우자와의 차이뿐 아니라, 신뢰 문제로, 자녀 문제로, 자신의 문제로 고민하며 다양한 불안감을 토로한다. 문명이 발달한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 더 불안을 겪는 이유가 있다. 과학을 지나치게 신봉한 나머지 하나님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일찍이 이성을 강조하는 사조(思潮)와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 등 기독교에 대한 비평적 사상의 영향력으로 20세기부터 신학과 신앙의 힘이 현저하게 약해진 게 현실이다.
인간은 ‘영과 혼과 몸’(살전5:23)으로 이뤄진 통전적인 존재이지만, 하나님 없는 방식의 삶은 통전성 혹은 전일성이 깨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영의 자리에 계시지만 현대인은 하나님을 부인하니 영이 죽은 거나 마찬가지이다. 이를 일찍이 우려한 정신의학자 융은 현대인은 영적인 삶을 재발견할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성경 속 유대인 니고데모가 “사람이 두 번째로 자기 어머니의 뱃속으로 들어가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까?”라고 물은 것은 영적 재탄생을 일컫는 거지만, 현대인들은 이 탄생의 의미를 거듭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상담실에 와서 자기소개서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적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이 부모님의 신앙을 자랑할 뿐 정작 본인들은 자기 식대로 살아가고 있음을 본다. 신 없이 살아가는 전형적인 현대인의 모습이다. 그들에게 종교는 아무런 힘도, 도움도 주지 못하는 형식에 불과하다. 우리가 때때로 불안하며 힘들어하는 것은 그만큼 삶이 복잡해진 탓도 있지만, 불안 신경증은 영적인 원인을 말하지 않고는 완전하게 설명할 수 없으며, 종교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음을 언급한 융의 언어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귀여운 자녀 둘이 있고, S대를 나온 한 젊은 아빠를 상담 중에 만났다. 코로나 상황에 지금 운영하는 사업이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지 무척 걱정했다. 사랑하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과 미래에 대한 염려로 극심한 불안증이 생긴 것이다. 침입적인 불안증세가 수시로 찾아와 심장 두근거림과 호흡곤란으로 그를 괴롭혔다. 게다가 종종 기운이 다운되었고, 우울감도 찾아왔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만나고, 길을 가다가 호흡곤란증과 심장 발작이 발생할까 봐 두려워했다. 또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는 정보로 인해서도 두려워하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공황장애가 시작된 것이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와 한방에서 몇 차례 약 처방을 받기도 하고, 자신의 증세를 치료해보려고 적극적으로 몇몇 사람들을 만나던 중에 나 또한 만나게 된 것이다.
공황장애 같은 증상은 대체로 인지행동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다. 나는 그에게 고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약물치료를 멈추자고 제안했다. 그 결과 효과는 아주 좋았다. 그는 청년 시절 리더로서 활발하게 활동했던 신앙심이 좋은 젊은이었으나 미래에 대한 심한 불안 때문에 믿음을 놓친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나와의 토론을 통해서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다시 세워나갔다. 그는 회기마다 많은 질문을 하였지만, ‘고아와 같이 우리를 혼자 내버려 두지 않겠다’는 예수님의 약속을 붙들기에 이르렀다.
더욱 하나님을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신앙 서적들을 하나, 둘 스스로 선정하여 탐독해 나갔으며 하나님의 신실하심과 은혜를 체험하면서 그 내용들을 나와 나누었다. 그는 잠시 하나님을 놓침으로써 자신 안에 영적 뿌리가 흔들렸던 것이다. 호흡곤란을 다스리는 일과 불안한 생각의 전환을 위해서 가장 최근의 뇌과학 이론의 도움을 받았다. 말하자면 신앙과 과학이 통합적인 효과를 낸 것이다.
불안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서 사람들은 속히 불안에서 탈출하고 싶어 한다. 제초제를 뿌려서 땅에 나는 잡초를 단번에 없애듯이 빠른 해결책을 원한다. 불안한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술로, 일로, 병으로 도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피하거나 억누를수록 역설적이게도 그 상황에 더 지배를 받게 된다. 그 결과 ‘충만한 나’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충만한 삶은 프로이트가 건강한 삶의 모습으로 제시한 ‘일과 사랑’을 신앙과 조화를 이룰 때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젊은 아빠는 자신의 불안요소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했고 약속의 말씀을 붙들었다. 그는 미래의 일은 하나님께 맡기기로 하고, 자신이 잘하는 현재의 일에 충실하기로 했다. 코로나 상황에 맞게 사업운영방식에 변화를 주기로 계획했다. 그는 점차 자신감을 회복했다. ‘충만한 나’로 살기를 원하는가? 여기 소개한 젊은 아빠는 신앙 안에서 일과 사랑을 추구한 좋은 사례이다.
예현숙 웨이크사이버신학원 교수
◇예현숙 교수(Ph.D)는= 종교개혁 표어인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의 기초 위에 세워진 국제독립교회연합회(WAIC)인준 신학교육기관인 웨이크사이버신학원에서 교수로 섬기고 있고, 고양시 건강가정지원센타 가족상담 전문 상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