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탈당 명백한 편법” “민주주의 능멸”… 민주당내서도 역풍

입력 2022-04-22 04:04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박광온 법제사법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걸어가며 기자들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질문에 손을 내젓고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 위해 소속 의원의 ‘기획 탈당’까지 감행하자 당내에서 거센 역풍이 불고 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최측근 중 한 명인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21일 “(민형배 의원의 탈당은) 그동안 우리 당이 비판받아 온 내로남불 정치, 기득권 정치, 꼼수 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며 “이런 식으로는 결코 검찰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우리 당이 지금까지 추구해 온 숭고한 민주주의 가치를 능멸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소영 비상대책위원은 자당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민주당과 가까운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지정해 (국회법)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판은 있었지만, 엄연한 민주당 의원이 탈당해 (안건조정위원) 숫자를 맞추는 일은 전례가 없다”며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입법자인 우리가 스스로 편법적 수단까지 정당화하며 용인해선 안 된다”면서 “지금의 상황은 2년 전 위성정당 창당 때와 다르지 않다. 국민에게 이게 옳은 일이라고 설명할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 공감대 없는 소탐대실은 자승자박, 5년 만에 정권을 잃고 얻은 교훈 아닌가”라고 물으며 “지금 우리의 검수완박을 향한 조급함은 너무나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범진보 진영에 속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대표도 YTN 라디오에서 “저는 586 이후 세대로서 민주화를 이룬 선배들을 우상처럼 생각했지만 우상들이 괴물이 돼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강행 처리를 부르짖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TBS 라디오에서 “‘검찰은 기소, 경찰은 수사, 재판은 법원이 한다’는 민주적인 견제·균형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마련)하지 않으면 영영 어렵겠다고 판단이 선 것”이라며 “국회가 논의해서 법안을 올려도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이 되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민 의원 탈당을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 여론이 커지자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에서 강행하려던 안건조정위 구성을 일단 보류했다.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를 원하고,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오늘은 안건조정위 구성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욱 안규영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