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결사항전을 외치고 있지만, 의석수에 밀려 뾰족한 저지 수단은 없는 상황이다. 대국민 여론전을 통한 민주당 압박, 일부 민주당 소신파와 범진보 진영 의원들의 반란, 박병석 국회의장의 합리적 중재 정도가 국민의힘이 기대를 걸고 있는 저지 수단이다.
국민의힘은 ‘문재인정부 임기 내 입법’을 막기 위해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 시간을 끄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쪼개기’ 임시국회로 대응해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킬 계획이다. 무제한 토론 도중 회기가 끝나면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간주해 해당 안건을 다음 회기 때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법 조항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21일 최고위원회의와 당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항의 방문 등을 이어가며 검수완박 반대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준석 대표는 당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결국 그토록 바라는 것이 이렇게 검찰을 사실상 소멸시키는 것이었다면 왜 문재인 정권 내내 개혁하겠다고 난리를 쳤던 것인가”라며 “전혀 국민의 공감을 사지 못할 주장임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개혁이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표어로 포장해서 사실상 검찰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던 시도였다”고 비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페이스북에서 “검수완박 법안은 속도와 내용, 시기 모두 매우 부적절하며 지금의 처리 방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비판하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를 향해 무제한 TV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법사위 소속 한 국민의힘 의원은 “여론전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소신파와 범진보 성향 의원들이 검수완박 강행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기를 드는 상황도 기대하고 있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독주는 상식적인 의원들이라면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당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기 위해 민형배 의원을 ‘기획 탈당’시키자 당내 반발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여야 합의를 요구하며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을 거부했던 박 의장의 중재도 국민의힘이 기대를 거는 요인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합리적인 박 의장 스타일을 고려하면 어떤 출구를 찾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