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號 한은 출범… ‘물가·가계부채’ 최대 난제

입력 2022-04-22 04:07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 21일 공식 취임했다.

이 총재 앞에 놓인 최우선 과제는 10여년 만에 4% 넘게 뛴 물가를 잡는 일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가계부채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이 총재 앞날이 가시밭길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총재는 이날 취임사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미국 연준(연방준비제도)의 예상보다 빠른 통화 정책 정상화, 코로나19 오미크론 확산에 따른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통화 정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약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정적인 외부 요인과 물가, 경기 하방 위험 등 복잡한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셈이다.

이 총재가 성장과 물가 간 상충 관계를 언급했지만 당분간 일정 수준의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금리 인상 외에 뚜렷한 수단이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1%나 뛰었다. 4%대 상승률은 2011년 12월 이후 10여년 만이다. 한은이 집계하는 3월 생산자물가지수도 1.3% 올라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긴축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 신용 잔액은 1862조원, 이 중 신용카드 사용액을 제외한 가계대출 잔액은 1756조원이다.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경기 하방 위험 탓에 물가와 가계부채 문제 해소에만 초점을 맞추기 힘든 게 이 총재가 직면한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일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다른 기관도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내려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 총재도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취임사에서 “긴 안목에서 보면 지금 한국 경제는 대전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지, 고령화와 생산성 저하로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지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라면서 산업 구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제 성장을 민간에 맡길 때가 됐다는 ‘쓴소리’도 했다. 그는 “과거와 같이 정부가 산업 정책을 짜고 모두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이제는 민간 주도로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영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인 한국 특성상 미국을 따라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금리 인상의 피해가 가장 큰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세금 환급 등 감세와 재정 지원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