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떠넘겨진 방역 부담 “자율·권고? 사실상 의무 조치”

입력 2022-04-22 04:04
전남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지난 2월 말 학생 등교에 대비해 방역·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학교가 다음 달부터 전면 등교를 시작하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교사와 보건교사들에게 떠넘겨진 방역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율’과 ‘권고’로 바뀐 조치들이 현실에서는 사실상 ‘의무’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선영 보건교사노조 대변인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게끔 한 조치들도 학교에는 ‘권고’의 형태로 내려올 수 있고, 그러면 일선 학교 입장에서는 ‘의무’로 여겨지기 쉽다”며 “노조에서는 일관되게 학교의 방역지침을 정부의 일반 방역지침과 일치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제검사가 대표적으로, 현재 주 1회 실시를 권고하지만 다음 달부턴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실시 여부를 판단한다. 확진자가 나온 반의 유증상자와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접촉자 검사 횟수도 접촉자로 분류된 날로부터 24시간 내 1회 권장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학교 방역을 담당하는 보건교사들은 이 같은 조치들이 현실에선 의무로 작용할 것이라 우려한다.

1학기 동안 유지되는 점심시간 전 발열검사도 큰 부담이다. 경기 시흥시의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인 A씨는 “비접촉식 체온 검사에선 정상 체온이던 학생이 고막으로 쟀을 땐 고열이었고 결국 확진이었던 적이 있다”며 “실제로 확진자를 걸러낼 수 없는 전시행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역 완화 흐름에 교육부가 따라가는 것이라면 학교 방역 조치들에 대해서도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실히 정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일상회복’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교육부가 수학여행과 체험학습을 비롯한 숙박형 프로그램도 운영할 수 있게 했지만,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상태여서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B씨는 “초등학생은 거의 다 백신 미접종자다. 장시간 밀폐된 버스를 타고, 잠잘 땐 마스크를 벗게 되는 수학여행 등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제기될 학부모 민원도 두려움의 대상이다. B씨는 “확진자가 나오면 아이들 손은 잘 씻게 했는지, 식사할 때 말하지 않도록 감독했는지 등 교사들의 책임을 세세하게 따지며 들어올 학부모 민원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충북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C씨도 “코로나19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의 ‘일상 회복’을 선언해 일선에선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안명진 이의재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