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민형배 의원 탈당 카드까지 쓰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밀어붙이자 검찰 조직 전체가 이에 맞서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검찰은 법안의 위헌성을 거듭 지적하면서 동시에 민 의원 탈당에 대해서도 “민법상 무효”라고 반발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21일 출근길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된 것에 대해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적법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헌법기관에서 이걸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이른바 ‘위장 탈당’ 방식까지 동원해 안건조정위 무력화에 나선 것을 비판한 것이다.
‘사표 불사’ 의지를 표명한 고검장·검사장들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종태 광주고검장은 지난 20일 검수완박 입법을 주도하는 민주당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에게 ‘국민이 그렇게 우스운가’라는 취지의 항의 문자를 보내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의 피해가 빠진 채 (입법이) 진행되는 점을 신경 써주십사 문자를 드렸다”고 설명했다.
김후곤 대구지검장도 김 의원의 문자 공개 사실을 언급하며 정치권을 비판했다. 김 지검장은 “국회가 입법권이나 예산심사권을 남용했을 때 ‘국회는 정부에 재입법이나 예산편성 요구권만 행사하라’고 한다면 국회의 본질적 기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검찰 수사권 자체를 없애려는 것을 국회의 권한(입법권·예산심사권)에 빗댄 것이다.
전날 저녁부터 이날 새벽 4시까지 이어진 전국 부장검사회의도 입장문에서 검수완박 법안 강행을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비정상적이라는 표현은 오히려 정제된 표현이었다”고 했다. 실제 회의에선 “이렇게 무리하게 직진하는 게 맞느냐”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성토가 쏟아졌다고 한다. 공봉숙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민 의원의 ‘위장 탈당’은 실제 탈당할 의사가 없는 ‘통정허위표시’로 민법상 무효”라며 “대의정치의 정신과 국회법의 핵심 가치를 심대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검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검수완박 밀어붙이기의 위헌성 문제를 재차 강조했다. 이근수 대검 공판송무부장(검사장)은 “법안을 완전히 바꾸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가 없어 헌법 12조1항에 명시된 적법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검사장은 또 “재판에서 위증 등 새로운 범죄 혐의를 알게 되더라도 공판검사는 속수무책이 된다”며 “피고인이 법정에서 주범의 이름을 대더라도 검사는 ‘경찰에 연락해 보라’고 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민철 임주언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