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폴란드 원전 수주전 본격화… 尹 ‘10기 수출’ 공약 청신호

입력 2022-04-22 04:07

한국 정부가 폴란드 원전 수주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1일 폴란드 최초의 원전이 될 루비아토프-코팔리노 원전 건설 사업 제안서를 폴란드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폴란드는 한국정부가 마지막으로 수주한 4기의 아랍에미리트(UAE)보다 많은 6기의 원전을 건설할 계획이다. 명맥이 끊겼던 해외 원전 수출 사업이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한수원은 이날 폴란드 현지에서 아담 기부르체 체트베르틴스키 기후환경부 차관을 만나 사업제안서와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친필 서한을 전달했다. 이를 계기로 사업 수주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경쟁국인 미국과 프랑스보다 한국형 원전이 뛰어난 부분을 강조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번 사업은 폴란드가 지난해 발표한 ‘2040 국가에너지정책 개정안’의 핵심 사안이다. 폴란드는 2033년까지 신규 원전 1기 운영을 시작하고 2043년까지 순차적으로 6기를 건설·운영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노후화한 화력발전소를 원전으로 대체하기 위해 2개 부지에 6000~9000㎿급 시설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탄소중립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반영됐다.


이번 폴란드 원전 계획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원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는 신호로도 읽힌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러시아산 가스 공급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 원전 중요성을 재조명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안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은 오는 11월 최종 입찰서를 받을 예정인 체코까지 포함해 동유럽 지역 원전 건설 사업 속도를 빠르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모두 한국이 유력한 입찰국인 곳들이다.

폴란드 원전 수주는 탈원전 탈피를 선언한 새 정부의 전폭적 지원이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을 통해 임기 내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에서만 수주에 성공해도 과반의 실적을 초과 달성하게 된다. 2018년 7월 예비사업자를 선정한 이후 정체 상태인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이 에너지 안보를 계기로 재개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최근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운영 사례가 있는 만큼 타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이종선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