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탈당 꼼수’에 “민주당 지방선거 포기했나”

입력 2022-04-22 00:03
박병석(오른쪽) 국회의장과 김오수 검찰총장이 21일 국회 의장실에서 면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 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이 22일 본회의 소집을 요청한 데 대해 “입법 독주를 막아 달라”는 뜻을 박 의장에게 전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4월 내 처리를 위해 소속 의원의 ‘기획 탈당’이라는 ‘꼼수’까지 사용한 것을 두고 정치 전문가들은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의회민주주의를 강조했던 민주당이 오히려 이를 파괴하면서 검수완박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민주당이 이렇게 무리수를 써 가며 검수완박 입법을 강행할 경우 6·1 지방선거에서 중도층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수완박에 대한 비판은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민주당 내 강경파들이 이 같은 비판을 무시한 채 의석수만 믿고 밀어붙이는데, 이는 의회민주주의 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그러면서 “다수당의 횡포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반인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현우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를 여야 3명씩 구성하기로 한 것은 야당과 소수 정당을 배려하기 위해서다”며 “민주당이 소속 의원을 탈당시킨 것은 그 취지를 무시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주장하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의회에서는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다”며 “민주당이 예전부터 본인들이 주장했던 의회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폭주 행보가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원장은 “멀쩡한 민주당 의원을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법사위에 배치한 것인데,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꼼수라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여론이 검수완박에 대해 부정적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강수와 꼼수를 번갈아 쓰면서 설득력을 더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현우 교수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무리수를 던지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재묵 교수는 “역대 선거를 보면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너무 몰아세우거나, 의회 절차를 무시한다거나, 법안을 날치기할 경우 역풍을 맞았다”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민주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일종의 도전을 한 것으로 상당수 유권자는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런 생각을 가진 유권자들은 결국 지방선거에서 투표로 민주당에 자신의 생각을 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하게 검수완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최 원장은 “민주당 내 강경파들은 윤석열정부가 출범하면 문 대통령과 이 전 지사에 대한 수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문 대통령과 이 전 지사 지키기에 나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김오수 검찰총장을 면담한 뒤 내놓은 메시지가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외과 교수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가 애매모호한 탓에 민주당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검수완박 입법을 민주당에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손재호 이상헌 구승은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