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20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상황은 ‘처럼회’가 곧 민주당”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강경파인 처럼회 의원들에게 휘둘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의미다. 처럼회는 2020년 최강욱 김용민 김남국 황운하 의원 등이 검찰개혁 공부 모임을 표방하며 만들었고, 현재 의원 17~18명이 있다고 한다. 국회 법사위의 민주당 의원 10명 중 절반이 처럼회 소속이다. 법사위 간사인 박주민 의원을 필두로 최강욱 김남국 김용민 이수진 의원이다. ‘위장 탈당’을 감행한 민형배 의원도 처럼회 멤버다. 황 의원은 기존 검찰 조직을 대신할 중대범죄수사청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검수완박 강행을 총지휘하는 박홍근 원내대표는 처럼회 소속이 아니지만, 원내대표 경선에서 강경파의 지지를 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문재인을 지키고 이재명을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두 사람을 지키겠다며 온갖 편법을 동원해 밀어붙이는 게 검수완박 법안이고, 처럼회가 돌격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처럼회 의원 중에는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돼 재판을 받는 사람들도 있다. 황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및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기소돼 1심 재판 중이다. 최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 인턴 활동 확인서를 허위 작성해준 혐의로 1심에서 유죄가 인정돼 항소한 상태다. 20명도 되지 않는 강경파 의원들에게 171석의 민주당이 휘둘리는 것은 강경파의 무력시위 때문이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반대 의견을 표시하면 강성 지지자들의 항의 문자와 전화가 쇄도한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자신의 의견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게 지금의 민주당 상황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무리한 법안 추진에 대한 반대 의견들이 조금씩 힘을 얻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박용진 의원은 21일 “국민들은 민주당이 선을 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고, 초선인 이소영 의원도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편법적 수단까지 정당화하며 용인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민 의원은 위장 탈당을 감행한 뒤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를 낸다”고 말했다. 용기는 위장 탈당을 위해 내는 게 아니다. 독선적인 입법 폭주를 견제하는 용기, 개혁을 명분으로 형사사법 제도를 무너뜨리는 법안에 반대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국회와 민주당이 강경파 의원들에게 휘둘리며 파행을 거듭하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사설] 국회와 민주당이 ‘처럼회’ 강경파에 휘둘려선 안 된다
입력 2022-04-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