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소명을 이루는 삶

입력 2022-04-25 03:05

소명은 한자로 부를 ‘소(召)’ 목숨 ‘명(命)’, ‘목숨을 부르다’는 뜻입니다. 단어의 의미부터 비장함이 느껴집니다. 성경엔 이런 소명을 받아 하나님의 쓰임을 받은 인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들은 어떻게 하나님의 부름에 반응했을까요.

먼저 순종했습니다. 모세는 80세 즈음 우연히 호렙산에서 불타는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의 소명을 받습니다.(출 3:10) 엄청난 부담을 주는 부르심 앞에 많은 고민과 갈등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 미디안에 정착해 40년을 보내며 가정을 꾸리고 재산도 모으면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데 갑자기 ‘80세나 된 나’에게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나오라고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모세는 하나님의 소명을 따라 순종의 모험을 시작했습니다.

가만히 보면 소명은 하던 일 가운데서 준비된 자를 부른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왜 출애굽과 가나안 입성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인물로 모세를 선택했을까요. 모세는 어려서부터 이집트 왕족으로 지식과 학문을 익히고 리더로서 필요한 최고 교육을 받았습니다.(행 7:22) 성인이 됐을 때 살인도 하고 남자들의 행패를 참지 못해 분노하는 다혈질적이고 혈기왕성했던 모세는 40년 미디안 광야 생활을 하면서 겸손한 사람이 됐습니다. 겸손한 성품의 리더십과 의로움, 지식과 학문을 겸비한 사람이 된 모세는 준비된 최고의 리더였습니다.

그러나 모세가 처음부터 소명으로 알고 시작한 일은 아닙니다. 애굽에서 가나안까지는 걸어서 1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멀지 않은 거리입니다. 모세는 빨리 일을 마치고 가족이 있는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했을 겁니다. 생각과 달리 가나안 입성은 무려 40년 걸렸고, 이 과정에서 탁월한 성품의 리더십으로 613개의 율법을 제정했습니다. 성막을 짓고 제사법을 정비하는 등 나라에 필요한 법과 질서를 세우면서 이것이 자기 삶의 소명이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우리는 소명을 빨리 발견해 의미있게 살고 싶어 합니다. 비전을 알려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지 않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오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소명을 이루는 길입니다.

바울이 소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형제 자매 여러분, 각각 부르심을 받은 그 때의 처지에 그대로 있으면서 하나님과 함께 살아가십시오.”(고전 7:24)

오늘 본문은 그리스도인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더 거룩하고 멋진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 자리(직업)를 소명으로 알고 변화된 삶을 통해 빛과 소금 역할을 다해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소명”이라고 믿어 보자는 겁니다. 모세가 40년간 미디안 광야에서 양을 치며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살았던 그 세월이 리더로 준비된 삶이었던 것처럼, 요셉의 억울한 삶이 하나님의 소명을 이루는 과정이었던 것처럼.

지금 내가 일을 하고 있는 그 자리가 내 소명을 이루는 자리라 믿자는 겁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더라도 그 일이 하나님의 소명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영역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소명으로 여기고 순종하는 것. 이런 작은 순종의 일들을 하나 하나 실행하면 주님의 소명 가운데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기쁨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박영열 목사(엔터교회)

◇엔터교회는 ‘엔터테인먼트로 영혼을 구원해 제자 만드는 일’에 힘쓰는 이들의 공동체입니다. 담임인 박영열 목사는 ‘인형의 꿈’ 등 많은 히트곡을 남기며 큰 사랑을 받은 남성듀오 ‘일기예보’ 출신의 대중가수였지만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뒤 2009년 카이캄에서 목사안수를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