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에 정식 종목으로 처음 편입된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특히 최고 인기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대표 선발은 큰 관심사인데, 국가대표 차출 과정에서 업계 안팎에서 아쉬움을 살만한 일이 벌어졌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14일 최고 인기스타 ‘페이커’ 이상혁을 필두로 한 10인의 국가대표 예비명단을 발표했다. 18일부터 24일까지 일주일간 광주광역시에서 소집훈련을 진행해 오는 9월 항저우로 향할 최종 6인을 선발하겠다는 게 당초 협회 측 계획이었다.
하지만 소집훈련의 실효성을 놓고 부정적 반응이 나왔다. 휴가 중인 선수들을 불러 모아 최종 6인 선발의 근거로 삼는 것에 대해 팬들은 물론 업계 관계자들까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협회는 해외 프로팀과의 공개 평가전을 예고한 바 있으나,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들며 경기가 취소됐음을 선수들이 광주로 내려간 뒤에야 밝혔다. 비판 여론에 직면한 협회는 지난 20일 소집훈련을 조기 종료했다.
업계에선 소집훈련까지의 과정을 놓고 시작부터 볼멘소리가 나왔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협회는 후보군 선발과 광주 합숙 및 평가전 등의 일련의 과정을 선수와 소속팀에 제때 알리지 않았다. 팀들은 프로 리그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던 시점에서야 이 사실을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급작스러운 통보에 팀 일정에도 적잖은 차질이 생겼다. 지난 3일 국내 LoL 프로 리그 ‘2022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시즌이 막을 내렸는데, 팀들은 비시즌에 통상적으로 광고 촬영이나 팬 미팅, 워크숍 등 경기 외적인 일정을 소화한다. 그런데 뒤늦게 대표팀 차출 일정을 통보받아 불가피하게 팀 일정이 ‘올스톱’ 됐다는 게 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주전 선수 5인 전원이 차출된 프로 리그 우승팀 T1은 선수 혹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T1 선수단은 지난 3일 결승전을 치른 뒤 2주간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럽게 소집을 통보받아 모든 오프시즌 일정을 앞당겼다. 소집훈련을 마치고 상경한 이들은 그동안 밀린 오프시즌 일정을 소화한 뒤 곧바로 국내 우승팀 자격으로 초청받은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이번 소집훈련은 국가대표팀 감독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됐다. 상경하자마자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정균 국대 감독은 “코치 생활 10년을 한 입장에서 이번 평가전 일정은 처음부터 거절했다”면서 “무리한 일정이었고, 강행군 같았기에 감독 입장에서 불가능하다고 (협회에) 말했다”고 격앙된 어조로 말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