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년1개월이라고 했다. 2020년 3월 22일 시작해 지난 18일 종료된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간 말이다. 거리두기를 시작할 때부터 정부는 ‘15일 총력전’이라는 표현을 담아 종교시설과 일부 사업장에 보름간 ‘운영 제한’을 권고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2년1개월, 757일의 시간은 한국교회에 유독 가혹했다.
엄밀히 말하면 교회는 거리두기 전부터 ‘가혹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020년 2월 신천지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뒤 사순절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감염이 확산됐다. 교회에서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나오자 신천지로 집중됐던 비난은 교회로 향했다. 정부가 코로나 위기 경보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하자 일부에선 교회 폐쇄까지 주장했다. 그렇게 맞이한 사순절 첫 주일인 3월 1일 대부분 교회는 예배를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같은 해 7월과 8월엔 ‘교회 핵심 방역 수칙 의무화’ 조치, ‘교회 방역조치 강화 방안’ 등의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거리두기 방식과 방역 강도에 변화를 줄 때면 교회는 예배 셧다운을 하거나 영상 예배 촬영에 필요한 인력 20명만 예배당에 들어갈 수 있었다. 좌석수 비율로 인원을 제한할 때는 대형교회를 겨냥해 ‘99명’이라는 상한선을 적용하기도 했다. 그사이 일부 교회는 방역 수칙을 어기며 현장 예배를 강행했다. 선교단체 운영시설과 미인가 학교에선 집단감염자가 나오기도 했다.
2년1개월간 드린 세 번의 부활절 예배엔 이 같은 방역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2020년 대부분의 교회는 온라인으로 부활절 예배를 드렸다. 거리두기 완화를 기다렸다가 2주 뒤 뒤늦은 부활절 예배를 드린 교회도 있었다. 2021년 부활절엔 수도권 교회의 경우 좌석수 20%에 해당하는 교인만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올해는 70%로 참석 인원이 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활절 메시지에도 코로나 상황이 담겼다.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 “정부는 마지막 확진자가 완치되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며 대한민국의 새로운 삶을 준비하겠다”는 내용을 전했다. 지난해에는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도 인내와 나눔으로 희망을 만드는 국민께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예수님의 부활처럼 우리 역시 ‘고난의 역사’를 ‘희망의 역사’로 바꿔 나가겠다”고 했다. 올해는 “고난과 죽음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온누리를 환히 비추는 희망의 메시지”라며 “부활의 영광으로 우리의 믿음이 더욱 강해졌듯 회복과 도약의 믿음도 한층 커지길 기원한다. 나라를 위한 교회의 기도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세 번의 부활주일을 보내고 거리두기는 해제됐다. 안산꿈의교회 김학중 목사는 부활절 당일 자신의 SNS에 “이래서 부활은 못 막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을 올리며 757일을 이렇게 기억했다. “2020년 사순절 기간 예배당 문이 닫힌 뒤 끝나지 않는 힘겹고 어두운 시간의 반복이었다”고. 그러면서 사순절에 시작해 햇수로 3년 만의 부활절에 끝난 거리두기를 통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사흘 만에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를 떠올렸다. 김 목사는 “우연이라면 우연이지만 믿음으로 보면 부인할 수 없는 하나님의 섭리”라고 SNS에 적었다.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는 밀알처럼 사흘 만에 부활해 한 알의 밀알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2년1개월, 757일간 혹독한 시간을 보낸 교회도 거리두기 종료와 함께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신앙의 자존감을 세우고 멈췄던 사역을 재개해 열매 맺는 부활, 바로 일상 회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 회복을 준비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한 목사가 말하는 자기반성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사실 한국교회를 향한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은 코로나 초기 교회가 뿌린 씨입니다. 교회가 이를 거둬야 합니다. (방역에) 부주의했던 모습, 사회로부터 비판받을 만한 모습이 있지 않았나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회는 사회와 공존하는 길로 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서윤경 종교부 차장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