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밖에 보이지 않는 강원도 정선 산골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힘들게 6남매를 키우는 가난 속에 겨우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대학은 꿈도 꾸지 못하고 마땅한 직장도 구할 수 없어 벌목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종일 힘들고 위험한 일을 마치면 안주도 없이 소주를 마시며 긴장과 피로를 풀었다. 그렇게 1년 간 힘든 벌목장 일을 하고 우체국에 들어갔다.
결혼을 한 후에도 퇴근 후의 삶은 오직 술이었다. 신혼 초 아내가 바닷가에서 간이 텐트를 치고 여름 한철 장사를 했을 때 일을 돕는다며 나가서 동네 형들과 매일 40병들이 소주를 한 박스 이상 비웠다. 날마다 바닷가에서 술에 취해 있는 사이에 여름이 지나갔고, 장사를 결산해보니 결국 내가 먹은 술값만 남았다. 아내가 술을 끊으라고 간절히 애원을 했지만 남자의 모든 인관관계는 오직 술이라고 생각한 나는 “차라리 직장을 그만두고 죽으라고 해라.” 했고 어느 새 ‘술선일’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수시로 지인들을 집으로 불러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술자리에서 받는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아내 몰래 대출을 내주고 보증도 서 주곤 했다.
그때, 아내는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 언젠가 문득 아내의 기도하던 모습이 생각나 “하나님! 이 술 문제를 해결해 주세요. 하나님! 술로 우리 가정이 깨지지 않게 지켜주세요.” 하며 기도를 한 적이 있었다. 결국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셔서 나도 드디어 교회에 나갔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일은 조기축구를 하고 술에 발동이 걸려 계곡으로 산으로 바다로 떠나곤 했다. 물론 그 발동의 주범은 항상 나였다. 축구를 하지 않는 날은 꼭대기에서 마실 ‘정상주’를 챙겨 산으로 떠났다.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술병을 차고 설악산 대청봉을 넘기도 했다.
그렇게 술로 맺은 끈끈한 인간관계를 믿고 아내 몰래 빚보증을 서 주다가 평생 월급으로도 갚지 못할 거액의 보증으로 가정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살던 집을 팔고 관사로 이사를 나왔다. 차라리 이혼을 하자는 아내의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시는 다시는...’하며 매달려 빌고 또 빌었다. 아내는 그 말을 믿을 수 있게 해 보라며 한마음교회에 다니는 어느 형제를 소개시켜 주었다. 이혼만 아니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꾸준히 형제를 만났다. 그러나 답답하기만 하던 어느 날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는 말씀이 귀에 딱 들렸다.
‘믿으면 멸망치 않는다고? 눈에 보이는 사람도 이렇게 속는데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떻게 믿을 수 있지?’ 갑자기 멍해졌다. 그런데 바로 ‘역사에 기록된 4대 성인 중 한 사람인 예수님이 그분이고, 성경 전체를 믿을 수 있는 증거가 있다. 그것이 바로 부활이다.’는 말을 들었다. 부활은 실제사건이고 부활하신 이유가 나의 주인 되기 위함이라는 사실이 비춰지며 그 주인을 믿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았던 죄가 선명히 보였다. 바로 무릎을 꿇고 그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내가 좀 더 일찍 예수님을 만났다면 당신을 이렇게 고생시키지 않았을 텐데.’하며 진심어린 사과를 하니 아내는 “많은 재물은 잃었지만, 당신을 얻게 되어 참 감사해요.”라며 도리어 위로해 주었다. 내 몸이 주님의 성전이니 술은 저절로 끊어졌고, 이런 나를 본 직원 부인들은 ‘그 좋아하던 술을 어떻게 끊을 수 있지?’ 하며 자신의 남편도 교회에 데리고 가 달라고 했다. 형님이 중병으로 입원해 있을 때 교회 성도들이 찾아가 복음을 전하자, 평생에 믿지 않았는데 죽음을 앞두고 무슨 염치로 믿겠냐며 ‘개망나니 같은 동생이 변한 것을 보니 뭔가 있는 것 같다.’며 결국 예수님을 영접했고, 고생만 하신 어머님도 예수님 믿고 천국에 가셨다.
돌아보면 세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이 없다. 술에 취해 들어와 기껏 재워놓은 아이들 얼굴에 볼을 비비고 ‘아빠 왔다.’며 깨워 아내를 힘들게 해 놓고 나는 코를 골며 쿨쿨 잤다. 잘 때 출근하고 잘 때 술이 취해 들어오니 아이들과 대화가 단절되고 신뢰받지 못했지만 지금은 세 딸이 무척 아빠를 좋아한다. 평생 먹어야 한다는 통풍 약도 지금은 끊었다.
33년간 근무하던 직장에서 퇴직을 했다. 퇴직금으로 부채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아내는 하나님께서 건강하게 직장생활을 마치게 해 주시고 부채로 인해 주님께 돌아와 더 없이 감사하다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었다. 그리고 퇴직 한 달 후 예전의 직장에 다시 계약직으로 재취업 하는 축복도 허락하셨다. 직원들을 총괄하던 실장 자리에 있을 때 7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른 직원보다 30분 빨리 출근하여 사무실 청소와 모닝커피를 내려놓으며 직원들을 사랑으로 돌보다가 계약직 택배원을 하면서도 마음은 너무 행복했다.
즐겁게 일을 할 수 있는 건강을 허락해 주시고, 하루하루 천국을 소망하며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강선일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