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은 지구의 날이다. 2년 넘게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며 바이러스에 굴복해 인류 전체가 강제로 멈춰서야 했다. 산불 가뭄 태풍 홍수 등 기후재난 역시 일상이 된 시대다. 근대적 사고인 인간 중심주의와 기계론적 세계관의 오만함을 버리고, 하나님의 피조 세계 안에서 인간 역시 만물과 공생하고 있다는 신학적 성찰이 확산하고 있다.
‘생태 사물 신학’(대한기독교서회)은 전현식 연세대 교수와 김은혜 장로회신학대 교수를 필두로 감리교신학대 성공회대 영남신대 원광대 이화여대 한신대 등 11명 교수진이 집필에 참여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인간은 지구 위 생명체뿐 아니라 비생명체와도 얽혀 살아야 하는 점을 배운 만큼 생태를 넘어 사물로도 신학이 확장돼야 함을 살핀 책이다.
장신대 김 교수는 책 앞머리 ‘생태신학적 주제들’을 다룬 글에서 “기독교적 회심은 교리적 고백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품는 이웃 사랑으로 나아가는 회심을 의미한다”고 밝힌다. 한국교회가 열심인 가난하고 궁핍한 이웃을 돌보는 것을 넘어, 하나님이 영원히 품으신 창조 세계의 피조물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인류 공멸의 위기로 성큼 다가오고 있는 기후변화 이슈를 신앙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몸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수연 이화여대 교수는 ‘탈인간중심주의 전환’을 언급한 글을 통해 “인간은 스스로 알지 못하는 무수한 요소들, 가령 미생물과 무생물과 사물 등으로 구성돼 있다”며 “인간은 자기중심주의적 교만을 내려놓고 어느 생명도 다른 생명에 의해 제한되거나 파괴되지 않도록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밖에 연세대 전 교수가 인간 자연 기계가 함께 섞이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생태 담론을 돌아보는 등 새로운 신학의 흐름을 소개하고 있다.
‘창조 세계 돌봄’(죠이북스)은 미국 신학자들의 시각을 살필 수 있는 책이다. 20년간 트리니티복음주의신학교에서 가르친 더글러스 무 교수와 휘트워스대에서 신약학과 생태학을 강의하는 조너선 무 교수가 공동 저술했다. 이들은 부자(父子) 관계다.
책은 구약과 신약이 직접 언급한 창조 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먼저 살핀다. 이어 창조 세계를 돌보는 일이 곧 복음의 일부분임을 논증한다. 신실한 태도로 지구 위의 모든 만물을 돌보는 태도가 결국 성경 전체의 이야기를 삶으로 살아내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