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수습 목숨 건 작업… 도쿄신문 기자 9년 간의 기록

입력 2022-04-21 19:20

“원전에서 물은 ‘위험’을 의미한다. 지하로 내려간 3명이 발목까지 차는 물에 첨벙첨벙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위험을 알리고 싶었으나 전면 마스크를 쓰고 있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1명은 장화를 신었으나 2명은 단화 차림이라 고농도 오염수에 발이 그대로 잠겼다. 이는 대량 피폭으로 이어졌다. 선량계 수치가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도쿄신문 기자 가타야마 나쓰코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원전 현장에 잠입해 숨겨진 진실을 끈질기게 파헤쳤다. 도쿄전력과 원자력 안전·보안원, 후쿠시마 제1원전 작업자들의 실상을 취재했는데 100여명을 만나 인터뷰하고 취재한 기록이 노트 220여권이다.

그의 기록은 사고를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 급급한 정부, 목숨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사고를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작업자들, 사고의 악몽을 점점 잊어가는 국민들의 모습을 교차에서 보여준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4개월간 일한 한 작업자는 원전을 떠난 이듬해 봄 방광암 진단을 받았다. 1년 후엔 도쿄전력이 부담하는 암 검진에서 대장암과 위암이 발견됐다. 가족력은 없었다. 의사는 “전이된 게 아니라 각각 생긴 암”이라고 했다. 도쿄전력과 후생노동성에 문의했더니 “인과 관계를 알 수 없다” “노동기준감독서(사업장 감독, 산재 보상 등의 일을 처리하는 후생노동성 파견 기관)로 가 보라”며 책임을 떠넘겼다. 노동기준감독서는 “피폭에서 암 발생까지의 기간이 짧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통보했다. 대장과 방광을 적출하고 치료비로 200만엔을 쓴 후였다.

원전 사람들은 치사량에 달하는 방사능으로부터 왜 달아나지 않고 재난 현장을 수습하는 걸까. 그들은 탱크에서 흘러넘친 오염수를 쓰레받기로 퍼내고 잔해를 일일이 삽으로 걷어낸다. 피폭 위험을 감수하고 일하면서 산재를 증명하는 것까지 작업자들의 몫이다.

지은이는 10여년간 연재한 140여회의 기획 기사 ‘후쿠시마 작업자 일지’로 2020년 일본의 퓰리처상에 해당하는 무노 다케지 지역민중 저널리즘상 대상을 받았다. 일본의 르포문학상인 제42회 고단샤 혼다 야스히루 논픽션상, 제20회 이시바시 단잔 기념 와세다 저널리즘대상 장려상 등을 수상했다. 탈원전사회 지향 문학자 모임에선 논픽션 부문 대상으로 선정됐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