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의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렇게 정치하면 안 된다”며 “헛된 망상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범진보 진영인 정의당도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형배(사진) 의원은 20일 전격 탈당했다. 민주당은 무소속이 된 민 의원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배치했다. 민 의원 탈당과 법사위 배치가 끝나자마자 민주당은 법사위에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신청했다.
국민의힘의 반발로 검수완박 법안 심사가 지연되자 안건조정위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안건조정위는 여야 각각 3명으로 구성되는데, 민 의원이 무소속이 되면서 야당 몫으로 안건조정위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안건조정위가 사실상 ‘4대2’가 된다.
안건조정위에 회부된 안건은 4명만 찬성해도 소위 심사를 거친 것으로 간주돼 곧장 전체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속전속결 처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현재 법사위는 모두 18명으로 민주당 10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2명(양향자·민형배 의원)으로 구성돼 있다.
민주당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신청하자 박광온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 21일 오전 10시까지 안건조정위 참여 위원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소속 의원 탈당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안건조정위 구성에 대비해 지난 7일 법사위로 이동 배치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의 ‘변심 가능성’ 때문이다. 민주당은 당초 민주당 출신인 양 의원의 협조를 당연하게 여겼지만, 양 의원이 19일 검수완박법 처리 반대 입장을 담은 문건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회로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탈당을 결행한 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검찰 정상화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을까 싶어 용기를 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강력 반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민 의원의 탈당은 안건조정위를 형해화시키려는 용납될 수 없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 의원이 안건조정위에 들어가면 사실상 여야가 4대2인 상황”이라며 “안건조정위는 하나마나 한 구색 맞추기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상임위 정수에 맞춰 탈당 의원에 대해 강제 사보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 의원의 법사위 배치를 막아 달라는 요구다.
정의당도 강하게 비판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대국민 인사 테러라고 했는데, 민형배 법사위원 탈당을 대국회 민주주의 테러라고 한다면 뭐라고 답하겠느냐”고 따졌다.
양향자 의원도 “다수당이라고 해서 자당 국회의원을 탈당시켜 안건조정위원을 시키겠다는 발상에는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며 “민주당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승욱 정현수 오주환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