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KDB산업은행(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잇따른 기업 구조조정 실패와 조직 비대화 등을 이유로 정책금융기관 기능을 통합한 ‘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시됐다. 산은이 20일 KDB생명(옛 금호생명) 매각 시도에 네 번째 실패하면서 산은 개편론은 더 힘을 받을 전망이다.
산은은 이날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KCV)는 JC파트너스와 체결했던 KDB생명 주식매매계약(SPA)의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KCV는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당시 KDB생명을 인수하기 위해 산은과 칸서스자산운용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다. JC파트너스가 보험사의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서 KDB생명 매각은 무산됐다. JC파트너스가 보유한 MG손해보험이 최근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요건을 충족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산은은 세 차례 KDB생명 매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산은 등 정책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은 커지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정책금융의 문제점과 혁신 과제’를 주제로 연 토론회에선 산은 개편 논의가 구체적으로 이뤄졌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중소기업 정책금융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산은의 중소기업 지원 부문과 신용보증기금, 한국벤처투자 등의 기능을 하나로 모은 지주회사 형태의 정책금융공사를 만들자는 것이다.
박 실장은 “정책금융은 특정 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선별적으로 공급돼야 한다”며 “정책금융 지배구조를 바꿔 자금 규모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산은의 중소기업 지원 부문은 정책금융공사로 이전하고, 중장기적으로 상업 금융에서도 손을 떼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앞으로 산은 민영화가 재추진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윤 의원은 “최근 5년간 산은이 주도했던 쌍용차, 대우조선해양 등 큰 규모의 기업 매각이 번번이 실패했다. 안 된 것도 없고 된 것도 없는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