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 땐 서울시의원 살인청부 등 해결 불가능”

입력 2022-04-21 04:03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검찰 깃발이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이 ‘서울시의원 살인청부 사건’ ‘정인이 사건’ 등을 열거하며 검찰의 보완수사·재수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주요 명분으로 내세우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중립성 문제에 대해선 “곧 자체 개선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다.

대검 형사부는 2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검수완박 입법안은 국민의 인권을 방치하는 인권방치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발의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대로면 경찰 수사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가 불가능해지고, 사건처리가 지연돼 피해자 구제에 구멍이 생길 거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김지용 형사부장은 “특히 변호사 도움을 받기 힘든 서민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은 경찰 수사를 한 번 더 점검하는 기능의 검찰 보완수사가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이런 과정이 무력화된다는 얘기다. 대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불구속 송치한 피의자를 검찰이 보완수사해 구속한 경우는 886명, 2020년 경찰이 ‘혐의없음’ 처분한 사건을 검찰에서 수사해 기소한 경우는 1909건에 달했다.

보완수사가 없었다면 실체 규명이 어려웠을 사건들도 소개했다. 지난해 발생한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이 한 예다. 전 연인에게 결별을 통보받고 그 아들을 허리띠로 목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았던 피의자와 공범은 범행을 부인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겼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허리띠의 DNA 감식과 행동·심리 분석을 통해 공범의 가담 사실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검수완박 개정안이 통과되면 검사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진술만 기재된 기록만을 보고 혐의 유무를 판단해야 한다”며 “불충분한 증거 탓에 공소유지도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김형식 전 서울시의원이 재력가 살인청부 혐의로 무기징역이 내려진 데도 검찰의 기여가 있었다고 대검은 언급했다. 당시 검찰에 송치된 김 전 의원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이에 검찰은 검사 6명을 투입해 7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차명계좌 추적 등을 한 끝에 혐의를 입증해냈다.

대검은 그동안 보완수사를 충실히 해왔는지, 수사의 중립성 제고 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해선 반성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사들이 업무 과다를 이유로 진술 청취를 꼼꼼히 하지 않았던 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며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은 대검 내에서 논의 중이며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정하 임주언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