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뤘던 결혼식 올리려고요” 웨딩 폭증에 ‘예약 전쟁’

입력 2022-04-21 00:05
연합뉴스

직장인 정모(27)씨는 오는 11월에 결혼식을 올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완화되던 지난해 10월부터 결혼 준비를 서둘렀지만, 1년이나 기다려야 하는 예식장을 잡았다.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았는데 좋은 시간대는 이미 예약이 마감됐기 때문이다. 정씨는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은 아예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다들 급하게 결혼식을 잡느라 저녁 시간에 예식을 치르는 사람들도 많다. 더 일찍 결혼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11월에는 마스크를 벗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2년간 결혼을 미루던 예비 신혼부부들이 다시 결혼 준비에 나서고 있다. 작은 예식장을 잡았던 이들은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예식장으로 변경 중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결혼식 수요가 폭발해 예식 상담예약만 2주를 기다려야 할 정도다. ‘예약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국내 웨딩브랜드 1위인 아펠가모는 올해 예식장 예약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0%가량 폭증했다고 20일 밝혔다. 상담을 받고 계약을 하려고 찾는 방문자는 181%나 뛰었다. 아펠가모 관계자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엔데믹 전환을 앞두고 더 이상 결혼을 미루지 않으면서 웨딩 시장이 다시 성수기를 맞고 있다. 내년 웨딩 메뉴 개발까지 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결혼식을 치르려는 예비 부부가 몰리면서 예식장 잡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한 웨딩업계 관계자는 “거리두기 해제를 발표한 이후부터 예식 참석 보증인원을 300명 이상으로 늘리는 문의가 이어진다. 인기가 없던 저녁 시간대라도 예약 가능한지 묻는 전화도 많다”면서 “예식 예약을 하려면 상담부터 받아야 하는데, 상담을 받는 데도 2주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예약 전쟁’이 치열한 배경에는 잇단 폐업과 미뤘던 결혼 수요의 쏠림이 자리한다. 웨딩산업계에선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어 업체들이 줄지어 문을 닫았었다. 국세청의 ‘100대 생활업종’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전국 예식장 사업체는 783개로 2년 전(89개)과 비교해 12.02% 줄었다. 지난해 결혼 건수는 19만3000건으로 사상 처음으로 20만건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23만9000건)과 비교하면 4만6000건이나 감소했다. 이렇다 보니 최대 299인까지 하객 입장을 허용하면서 치솟은 예식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주춤했던 웨딩산업이 활력을 찾으면서 신혼부부, 예비 부부를 공략하는 마케팅도 뜨겁다. 오랫동안 결혼식을 미뤄왔던 만큼 더 ‘큰손’으로 지갑을 열고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3월 웨딩멤버스 고객 중 200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평균 구매액도 10% 이상 늘었다. 롯데백화점 VIP 고객 구매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결혼식과 관련된 지출을 아끼지 않던 ‘프리미엄 웨딩족’들이 거리두기 해제 이후 다시 돌아온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