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 엔씨소프트가 글로벌화를 위한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뗐다. 개발과 사업, 투자까지 글로벌 목표에 방점을 찍고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현재 엔씨소프트의 최우선 목표는 글로벌 게임 회사로 더 확고하게 도약하는 것”이라며 “신작을 PC, 모바일에 이어 콘솔 플랫폼까지 탑재해 더 크고 넓은 세계로 무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글로벌 시장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대표의 글로벌 드라이브는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에서 조짐이 보였다. 지난해 연간 해외 매출은 7336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32%로, 전년도 17% 대비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지난 5년으로 범위를 넓혀도 최대 비중이다. 국내에 치중됐던 매출 구조가 다양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기조는 올해 ‘리니지W’의 서구권 출시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 중인 ‘TL’의 출시로 더욱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프로젝트E’ ‘프로젝트R’ ‘프로젝트M’ ‘BSS’ 등 신규 지식재산권(IP)도 세계 시장을 향해 예열 중이다. 인터랙티브 무비, 액션 배틀 로열, 수집형 RPG 등 장르 다각화도 눈에 띈다. 리니지W의 북미·유럽(2권역) 출시의 경우 대체불가토큰(NFT) 기술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플랫폼 다변화 전략도 뚜렷하다. PC, 콘솔, 모바일 등을 서비스 지역에 맞게 플랫폼을 채택해 서비스한다는 계획이다. 서구권에서 영향력이 높은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 입점도 적극 검토 중이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TL의 티저 영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저들에게도 호평을 받으며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며 “국내 및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북미와 유럽 매출 확대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공개된 TL의 인게임 영상과 프로젝트E의 신규 트레일러는 국내외 게이머들의 큰 관심을 샀다. TL은 영상이 공개된 후 조회수 850만을 돌파했는데 전체 조회수의 절반 이상이 북미, 유럽 지역에서 유입됐다. 현대차증권 김현용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TL의 인게임 영상과 프로젝트E의 2차 티저 영상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며 “동일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TL과 프로젝트E 등 새로운 오리지널 IP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입증한다”고 평가했다.
엔씨는 투자에서도 세계 시장에 적극 손을 뻗고 있다. 지난해 해외 펀드 출자에만 5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자했다. 사업보고서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인도 등의 유망한 초기 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벤처캐피탈(VC) 6개 펀드에 출자했다. 홍원준 엔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주총회에서 자사가 보유한 2조원 가량의 현금성 자산을 언급하며 “앞으로 글로벌, 비게임, AI 등 오랫동안 축적한 기술을 산업화하는 측면에서 M&A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