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에 말씀을 비추어 건져낸 ‘은혜의 이야기’

입력 2022-04-21 03:00
이정희(오른쪽) 충신교회 명예권사가 2020년 6월 경기도 부천의 한 음식점에서 새 생명을 선물해준 며느리 김연희 집사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앞서 이 권사는 며느리 김 집사로부터 간 일부를 이식받았다. 김연희 집사 제공

“너랑 더 이상 못살겠다.”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던 지난해 여름, 결혼 8년 차 맞벌이 부부는 이렇게 첫 위기를 맞았다. 권성현 집사의 남편은 ‘코로나가 심하니 아내가 집에서 아이들을 돌봐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권 집사는 ‘긴급보육 프로그램을 활용하자’는 쪽이었다. 남편은 아내가 무책임하다며 이혼을 언급했고 아내는 남편에게 많이 서운했다.

‘해지기 전 화해하라’는 성경 말씀도 떠올랐지만 냉랭한 분위기는 한 달 보름이나 이어졌다. 어느 날 남편은 ‘미안하다, 고맙다’는 카드와 함께 꽃을 건넸다. 시큰둥하던 아내는 남편이 내민 화해의 손을 결국 받아줬다.

하나님은 화해의 선물에 보너스까지 얹어주었다. 이미 쌍둥이가 있는 권 집사의 임신 소식이었다. ‘마흔여섯에 셋째를 또 낳을 수 있을까’ 두려움이 앞섰다. 하지만 다음 달 태어날 ‘방글이’(태명) 맞이를 앞두고 가족 모두 매일 저녁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권 집사 가정 이야기는 서울 충신교회(이전호 목사)가 지난 부활주일 성도들에게 배포한 간증집 ‘회복의 은혜’에 실렸다. 111쪽짜리 소책자에는 2년여 코로나 동안 성도들이 고난의 현장에서 경험한 치료 기적 희망 사랑 감사 등을 녹여낸 ‘통 큰 믿음’의 이야기들이 넘친다.

코로나가 막 퍼져나가던 2020년 2월, 김연희 집사는 ‘이제 좀 쉬고 싶다’며 25년간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정리했다. 비슷한 시기, 김 집사의 시어머니 이정희 명예권사는 간경화가 심해져 병원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간이식 외에는 살 방법이 없는 상황이었다.

‘아, 하나님은 왜 이런 질병과 고통을 주셨을까.’ 온 가족이 매일 한마음으로 기도하던 중 며느리 김 집사가 가족들에게 선언했다. “내가 검사를 받겠어요.” 시어머니에게 간을 떼주고 싶다는 선언이었다. 두 달 뒤 시어머니와 며느리는 동시에 수술대에 올랐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서재혁 안수집사의 고백이다. “아내의 몸에 남은 수술 흔적을 볼 때마다 희생과 사랑, 우리 가정에 주신 하나님의 평안과 계획하심에 늘 감사할 뿐입니다.”

최은진 권사는 1차 백신을 맞고 5개월간 지독한 후유증과 사투를 벌였다. 그때 교회 환우사역팀장에게 연락이 왔다. “최 권사 아프다는 얘기 들었어. 우리 팀원들이 기도해줄게.”

교회 중보기도팀의 응원과 함께 그는 또 다른 처방전을 받았다. “특별 새벽부흥회 때 주신 목사님 말씀으로 신약과 구약이라는 ‘약’을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너희는 나음을 얻었나니.”(벧전 2:24)라는 말씀이 특효약이었다. 최 권사는 지금 교회 환우사역팀에서 봉사하며 ‘기도의 빚’을 갚는 중이다.

간증집에는 암흑을 걷는 이들의 묵직한 고백도 있다. 치유와 회복의 하나님과 더불어 고통 가운데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는 주인공들이다. 김지현 집사의 남편은 오랜 준비 끝에 여기저기 빚을 내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매월 1000만원씩 적자가 쌓였고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럼에도 김 집사는 “하나님은 어려울 때는 안 계시고 기쁘고 좋을 때만 계시는 그런 선택적 하나님이 아니다”며 “말씀은 현실의 ‘회복’이 아닌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지금까지 지켜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원영신 권사가 2019년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 생전의 권옥묘 집사, 권 집사 남편인 원창호 집사, 이전호 충신교회 목사, 원영신 권사(왼쪽부터). 원영신 권사 제공

원영신 권사는 ‘천사 같은 엄마’ 권옥묘 집사를 2020년 겨울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권 집사의 일생은 기도 인생이었다. 매일 새벽 기도의자에 앉아 목회자와 성도 등 250명을 위해 기도했는데, 가족과 성도들은 그의 믿음을 되새기며 많이 그리워했다. 원 권사는 어머니의 죽음을 통해 깨달았다.

“‘회복의 은혜’는 어머니가 치유되어 다시 이전과 동일한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믿었어요. 하지만 진정한 회복의 은혜는 상황을 뛰어넘는 믿음으로 사랑과 기쁨과 평안을 누리는 것이었습니다.”

이전호 목사는 20일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님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교인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다”면서 “간증집을 통해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일하시고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발견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유경진 인턴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