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사자후] “게임과몰입 논리는 시대착오적… 혁신의 시대 체험 중”

입력 2022-04-22 08:00

얼마 전까지 4차산업혁명이나 메타버스라는 말이 혁신의 시대를 알리는 이정표처럼 사용되었다. 그리고 이런 혁신의 길라잡이가 게임이라면서 게임산업의 성장과 파급효과에 대해서 칭송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 것은 상투적인 결과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도 게임 정책을 살펴보면, 건전게임문화 혹은 게임과몰입(중독) 예방과 같은 게임을 바라보는 과거의 관점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게임과몰입 논리는 게임이 청소년 유해물이라고 하여 규제를 했던 정책 논리의 연장이다.

게임 때문에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문제를 경험한다는 청소년들이 매년 3% 미만으로 조사된다. 그런데 이런 청소년들을 5년 동안 추적한 건국대 정의준 교수팀 연구결과를 보면 이들 중 1.4%만이 지속적인 게임과몰입 상태로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조사 대상 인원으로 볼 때, 0.03%보다 작은 수의 청소년들이 게임과몰입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과연 이런 조사를 유튜브나 아이돌 팬클럽 활동과 같은 분야에 적용한다면 이보다 많으면 많았지 절대로 적을 것 같지 않다. 실효성 있는 게임문화 정책이 되려면 게임과몰입이 어떤 상태인지를 조사하는 것보다 게임을 별 문제 없이 재미있게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를 조사하는 편이 훨씬 문제해결이나 예방에 유망한 방법이다.

이는 천연두에 걸린 사람이 아닌, 똑같은 환경인데도 천연두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에 관심을 둔 결과로 백신을 발견한 방법이기도 하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을 아무리 조사해도 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만들 방법을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잘하는 아이들을 조사해서 못하는 아이들에게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논리적으로나 교육적으로 타당하다.

게임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재미가 있어서다. 재미가 있으니 오래 하고, 또 재미가 있으니 돈을 쓰는 것이 가치 사슬의 본질이다. 실제로 게임산업을 부흥시키려면 ‘게임성’이라는 것에 대해 이용자들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에 대한 조사와 분석이 필요하다.

만일 이런 것이 본질이라면 이 본질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아마도 게임에 몰입하는 이들일 것이다. 이들이 혁신의 시대를 먼저 체험하는 중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들에게 게임을 줄이도록 강요하는 것보다 이들이 게임 속에서 직업과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은 개인적 발전뿐 아니라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수영황제 펠프스가 어릴적 ADHD진단을 받은 뒤 소아정신과에 간 것이 아니라 수영장에서 왕성한 에너지를 불태워 성공한 사례는 메타버스 시대에 게임 이용문제를 혁신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살아있는 모델이라고 믿는다.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