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이 19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심사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소위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전부 박탈하는 조문은 위헌이라는 견해가 유력하다”고 밝혔다. 이어 “헌법에 검사의 영장청구 권한만 규정돼 있긴 하지만, 그 규정 이면에는 검사가 수사한다는 개념이 들어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이어 사법부까지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의 위헌 소지를 지적한 것이다.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차장은 이날 밤 비공개로 진행된 법사위 법안소위에서 이 같은 취지로 발언했다. 김 차장은 공정거래법 사건을 예로 들어 이번 법안에 정합성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지적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검수완박이 이뤄지면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고발 사건을 수사할 수 없게 되는데, 정작 공정거래법에는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하는 경우가 규정돼 있어 충돌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 차장은 전날에도 법사위에서 “형사 절차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내용이기 때문에 각계 의견을 잘 수렴하고 조문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는 “검찰 권한을 거의 경찰로 주고 있다. 이런 입법은 저는 못 본 것 같다”고 했었다. 실제 행정처는 검수완박 법안 13개 조항에 대해 검토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서를 법사위에 제출했다. 의견서에는 “법원의 공판을 통한 정의 실현에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담겼다.
대검찰청은 검수완박 입법에 대응할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헌법재판 준비 작업에 나섰다. 국회에 발의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은 내용과 절차 모두 명백하게 헌법에 어긋난다는 게 대검의 판단이다. 대검 공판송무부를 중심으로 이뤄진 위헌성 검토 TF에는 강백신 서울동부지검 공판부장이 파견됐다.
대검은 국가기관으로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방안과 검사·수사관이 개별적인 헌법소원을 내는 방안까지 검토하며 대비 중이다. 강 부장검사는 최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우리 헌법에는 의회의 입법 독재에 의한 헌법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최후의 장치로 헌법재판소의 위헌쟁송 심판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선 평검사 207명도 검수완박 저지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모였다. 전국 단위의 평검사 회의가 열린 건 2003년 강금실 법무부 장관의 인사 방침에 대한 반발로 처음 소집된 이후 19년 만이다. 20일에는 전국 부장검사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임주언 이경원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