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찰청 평검사 대표들이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2층 강당에 모여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문제점과 검찰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그간 평검사회의가 개최된 전례는 수 차례 있었지만 전국 단위의 모임은 2003년 이후 19년 만이다. 평검사들이 스스로 난상토론을 예고했듯 견해도 다양했다. “수사권이 폐지되면 국민에게 실질적 폐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수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전국 18개 지검과 42개 지청에서 모인 평검사 207명은 이날 오후 7시부터 검수완박 난상토론을 벌였다. 평검사들은 각자가 처한 업무 현장을 바탕으로 검수완박 법안 통과 때 닥칠 문제점과 대처 방안을 서로 이야기했다. 한 검사는 회의에 앞서 “법이 통과되면 미집자(자유형 미집행자)를 잡으러 갈 수 있는 권한이 없어진다”며 “당장 그런 문제점의 대처까지 포함해 이야기를 나누려 한다”고 했다.
다수 평검사는 법안으로 인한 헌법상 재판청구권 침해, 적법절차 원칙의 훼손 등의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가 결코 국제적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도 빠지지 않았다. 회의는 초반에는 학술 세미나와 같은 분위기였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격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오가 드러난 재심 사건을 대할 때처럼 진정성 있는 사과와 성찰부터가 필요하다는 의견, 젊은 검사들이 선배들의 뒤를 따르지는 않겠다고 선언하자는 의견 등이 표출됐다.
다수 의견은 법안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었지만, 직접 수사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이 없었던 건 아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모두 국민으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반환해야 한다는 발언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6대 범죄 수사권을 포기하고 상설특검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어차피 정치적인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법률가로서 우선적으로는 절차적 부당성과 위헌성을 주장하되, 국민에게 앞으로 다가올 부작용을 쉽고 충분히 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부분의 평검사들은 국민 앞에 겸허한 자세를 강조했다고 한다. 평검사회의를 상설기구화하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가 될 때 가동해 일정한 역할을 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평검사들은 모든 회의 발언을 속기록으로 남겼다.
평검사회의가 열린 날 검찰총장은 국회를 찾아 법안 철회를 호소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발언 기회를 얻고 12분간 현행 수사 제도 안착의 중요성, 법안의 위헌 소지, 송치사건 보완수사와 중요수사 폐지에 따른 문제점을 말했다. 그는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해서는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점검받고 개선하겠다”면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신체의 자유와 재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법안이 2주 안에 처리된다는 것은 절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조민아 이경원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