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들이 닦은 ‘휠체어도 편한 샤로수길’

입력 2022-04-20 04:05 수정 2022-04-20 04:05
서울대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서배공) 학생들이 직접 휠체어를 타고 인근 가게들의 휠체어 출입 여부를 테스트해보고 있다. 서배공 제공

서울대 학생들이 지난해 5월부터 직접 휠체어를 타고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과 낙성대역 인근의 이른바 ‘샤로수길’ 주변 가게에 들어가 보는 체험을 했다. 매장 입구 형태부터 내부 착석 방식, 메뉴 주문 방법 등을 휠체어를 탄 장애인 입장에서 기록하기 위해서다.

가령 한 패스트푸드점은 평소 두 다리로 걸어서 들어가면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는 곳이었지만 휠체어로 진입하기엔 경사로가 제법 가팔랐고, 자동이 아닌 출입문도 휠체어를 탄 채 통과하기엔 버거웠다. 이를 기록하는 식이다. 이렇게 직접 조사한 곳만 800곳에 달한다고 했다.

서울대 배리어프리 보장을 위한 공동행동(서배공) 활동에 참여한 손정우(22)씨는 19일 “학교 근처에서 장애인 친구와 약속이 있을 때 함께 갈 수 있는 장소가 너무 없어 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며 “조사해 보니 휠체어 진입이 가능했던 매장 수는 전체의 10% 수준인 80여곳뿐이었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는 ‘샤로잡을지도(地圖)’에 담겼다. 지난 1월 학내외에 배포된 이 지도는 매장 입구 폭이 휠체어가 드나들기 충분한지, 문턱은 있는지 등의 정보를 담았다. 단순히 입장 정보에만 그치지 않고 휠체어를 탄 채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입식 테이블이 있는지 등 실제 이용 정보도 포함됐다. ‘경사로와 턱이 없어서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다’ ‘출입문은 여닫이문이고, 유효폭은 약 82.5㎝다’ 등 세세한 정보를 가게 사진과 함께 게재하는 식이다.

경사로가 없는 가게엔 학생들이 직접 설치를 권유하기도 했다. 가게가 권유를 받아들이면 설치 작업은 관악구청이 담당하지만, 가게 주인을 설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손씨는 “가게 주인들로부터 ‘우리는 그런 것 설치 안 한다’ ‘누가 경사로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책임질 거냐’ 등의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속상하면서도 장애 인식이 낮다는 현실에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고 돌이켰다.

한계를 느낀 학생들은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과 함께 다시 가게를 돌면서 설득에 나섰다. 양자신 사회복지사는 “장애 문제에 열의를 갖고 복지관을 먼저 찾아준 학생들이 참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1년여 활동 결과 19일 기준 학교 주변 상점 32곳에 경사로 설치 작업이 완료됐다.

손씨는 “장애인 학우뿐 아니라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데 지도 덕분에 샤로수길에선 편히 외식하고 간다’는 연락을 종종 받아 뿌듯하다”며 “앞으로는 서울대 캠퍼스 내 휠체어 접근성을 높이는 활동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경사로 설치 및 지도 제작 과정은 ‘무無턱대고 평등한 지도’ 전시회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회는 오는 30일까지 서울대 중앙도서관 관정관 1층 관정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