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아졌다지만… 젊은층 성차별 인식, 남녀 2배 격차

입력 2022-04-20 00:04

한국 사회의 성역할 고정관념이 지난 5년 새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 내 돌봄·가사를 여성들이 주로 부담하는 현실도 이전보다 개선됐다. 그러나 온라인상 젠더 갈등 등의 영향으로 젊은층에서 성평등에 대한 인식 격차는 여전하거나 더 심해졌다.

여성가족부가 19일 발표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에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로 답한 응답자는 29.9%로 나왔다. 2016년 조사보다 12.2% 포인트 낮아졌다. ‘직장생활을 해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말에 동의한 이는 53.8%에서 17.4%로 급감했다.

성역할 인식 변화는 직장 분야에서도 드러났다. ‘아내 소득이 남편보다 많으면 기가 죽는다’ ‘남성이 여성 밑에서 일하는 건 불편하다’에 동의한 이는 2016년에 비해 각각 14.3% 포인트, 6.9% 포인트 떨어져 30.8%, 23.5%가 됐다. 남성들이 많은 직업군인·경찰 등 직업이 여성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이도 44.7%였던 게 절반 이하인 18.3%로 내려갔다.

실제 가사·육아도 과거보다는 남녀가 분담하는 방향으로 가는 모습이다. 5년 전에는 여성이 주로 가사를 맡는다는 응답이 81.2%에 이르렀지만, 2021년에는 10% 포인트 넘게 떨어진 68.9%를 기록했다. 비슷하게 분담한다는 답은 13.2%에서 26.8%로 두 배 넘게 올랐다.

다만 현실이 의식 변화를 온전히 반영하진 못했다. 코로나19 영향 등으로 증가한 돌봄 시간도 여성이 남성보다 두 배 더 떠안았고, 12세 이하 자녀를 둔 경우 평일 돌봄에 여성이 3배 많은 시간을 들였다.

최문선 여가부 여성정책과장은 “개인 차원에서 성평등에 대한 개별 인식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실천까지 연결되지는 못한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개인 인식이 변화했다 해도 조직이 다양한 세대·연령으로 구성돼 있다보니 문화·관행이 인식 수준만큼 바뀌지 못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30대 이하 젊은층에서 성평등 인식 격차는 심각했다. 한국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한 20대 여성은 73.4%지만 남성은 29.2%에 그쳤다. 30대에서는 여성이 76.8%, 남성은 40.7%였다. 15~18세 청소년도 여성이 60.3%, 남성이 31.5%로 답해 30대 이하 모든 연령대에서 2배가량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30대에서는 과거 남녀 격차가 30.4%였지만 이번엔 36.1%로 벌어졌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