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북자 월책’ 책임져야 할 지휘관들 ‘솜방망이’ 처벌 논란

입력 2022-04-20 04:03
합동참모본부(합참)가 신원미상자 한 명이 지난 1월 1일 동부전선 육군 22사단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했다고 밝힌 2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 군 당국이 새해 벽두에 벌어졌던 탈북자의 ‘점프 월북’ 사건과 관련해 최근 지휘 라인에 대해 ‘솜방망이’ 문책을 한 사실이 19일 확인됐다.

당시 탈북자가 22사단 경계 지역에서 월책하는 정황이 군 감시장비에 5차례 포착됐고, 이를 알리는 경고등까지 울렸음에도 해당 부대는 약 3시간이 지나서야 월북 사실을 인지해 완전한 경계 실패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건 관련 지휘 책임자들은 서면경고·주의처분을 받는 데 그쳐 ‘면피성 문책’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육군으로부터 제출받은 ‘22사단 월북사건 후속조치’ 자료에 따르면 여운태 육군 8군단장(중장)은 지난 13일 육군참모총장의 서면경고를 받았다. 이승오 22사단장(소장)은 육군본부 감찰실로부터 주의처분을 받았다.

서면경고와 주의처분은 군인사법상 경징계(감봉·근신·견책)에도 해당하지 않는 처분이다.

여운태 군단장과 이승오 사단장이 각각 지난해 12월 중순 취임한 지 2주 만에 월북 사건이 벌어져 현실적으로 부대 관리 및 경계실패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22사단의 경계 업무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보직해임 등 중징계로 근본적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다. 22사단은 사건·사고로 인해 지휘부가 교체되는 일이 잦아 ‘별들의 무덤’이란 오명을 받았다.

22사단은 전군에서 유일하게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 등 전방경계와 해안경계를 동시에 맡고 있다. 책임구역도 전방 육상 30㎞, 해안 70㎞ 등 약 100㎞에 달해 책임구역이 24~40㎞ 수준인 다른 GOP 사단보다 2~3배 길다. 지난해 2월 북한 남성의 ‘헤엄 귀순’ 사건 당시엔 표창수 전 사단장이 보직해임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경징계조차 취하지 않은 것은 기본적인 지휘 책임조차 묻지 않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월 1일 월북자가 철책을 뛰어넘어 북한으로 넘어간 ‘점프 월북’ 사건과 관련해 예하 부대 지휘관들은 경징계를 받았다. 경계 책임구역 여단장은 지휘·감독 소홀로 견책 처분을, 대대장은 지휘·감독 소홀·근무 태만 등으로 견책 처분을 각각 받았다.

중대장, 소대장, 대대상황간부 등 실무 관계자들은 4월 말 열리는 징계위원회에서 인사조치가 내려질 예정이다. 월책 장면을 놓친 대대 영상감시병 또한 22사단에서 징계를 검토 중이다.

육군은 이 사건과 관련해 민통선 이북지역 CCTV 설치, GOP 노후광망 교체 및 개선 등 7개의 후속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신원식 의원은 “이번 경계실패의 근본적 원인은 문재인정부 들어 군 정신전력이 크게 약화된 데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수뇌부는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계태세와 관련해 과학화 장비들의 전반적인 개선 역시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