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의 피아니스트’로 불린 루마니아 출신의 거장 라두 루푸(사진)가 76세로 별세했다.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 페스티벌과 루푸의 에이전트는 지병을 앓아온 그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밤 스위스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루마니아 갈라티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1960~68년 러시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한 그는 66년 미국 반 클라이번 국제피아노콩쿠르, 67년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콩쿠르, 69년 영국 리즈콩쿠르에서 잇따라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특히 슈베르트 브람스 모차르트 베토벤 바르톡 등의 해석은 다른 연주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는 찬사를 받았다. 세계 정상의 연주자였지만 20장이 겨우 넘는 음반을 발표했으며 1996년 다니엘 바렌보임과 듀엣 이후엔 일절 녹음하지 않았다.
그는 연주에 앞서 건반의 무게를 일일이 지정하고 의자도 통상적인 피아노 벤치 대신 등받이 의자를 요구하는 등 까탈스러운 성품으로 유명하다. 조성진도 루푸를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 꼽았다. 한국 공연은 2012년 독주회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뿐이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