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코로나 우울 덜어내기

입력 2022-04-20 04:10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우울·무기력감. 국립국어원은 ‘코로나 블루’를 이렇게 설명한다. 코로나가 강타한 지난 2년여,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난 수준의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 갑자기 맞게 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관계를 멀어지게 하며 만성 외로움을 안겼다. 세상과 단절된 채 홀로 남겨진 듯한 쓸쓸한 느낌이 그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실직자가 된 사람들, 비대면 수업으로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도 스트레스를 겪었다.

코로나 이후 국민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두 가지 조사가 최근 나왔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 연구팀 조사를 보면 코로나 여파로 ‘체감실업자’된 사람의 30%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다. 체감실업자는 기존 실업자에 구직활동을 했으나 취업이 어렵거나, 구직활동을 하지는 않았으나 취업을 원하는 ‘잠재실업자’를 포함한 개념이다. 이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방치해서는 나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안녕할까. 초등학생의 30%가 코로나 이후 불안감이 심해졌다. 40%가 넘는 초·중·고교생이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학생 34만여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다. 심리·정서적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 없다는 응답률이 17.6%에 달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코로나 관련 우울 상담은 583만건이나 된다. 실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코로나 확진 이후 심리적 불안 등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가 차원에서 국민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한 전문적인 심리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끝났지만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다.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 이제는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 우울을 덜어내는 작업이 중요해졌다. 시간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꼭 해야 할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