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 아래 아니었어!… 동남아 일격에 넋나간 K리그

입력 2022-04-20 04:02
울산 현대의 엄원상이 18일 말레이시아 조호르의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시즌 ACL 조별리그 I조 2차전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경기에서 골을 기록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울산현대축구단 제공

프로축구 K리그1에서 무패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울산 현대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CL)에서 말레이시아 팀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대구 FC와 전남 드래곤즈도 동남아시아 팀에 패했다. ACL 왕좌를 노리는 K리그 팀들이 조별리그 통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울산은 18일 말레이시아 조호르의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시즌 ACL 조별리그 I조 2차전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경기에서 1대 2로 패배했다.

울산은 전반 3분 만에 페르난도 포레스티에리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청용이 울산 진영에서 패스 실수를 범했고, 역습 기회에서 포레스티에리가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조현우 골키퍼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궤적이었다.

기세를 탄 조호르는 전방 압박을 통해 울산을 흔들었다. 전반 25분에는 공을 빼앗은 뒤 나즈미 파이즈 만소르가 회심의 중거리 슈팅을 날렸으나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울산은 전반 36분 윤일록의 크로스를 레오나르도가 헤딩으로 연결했으나 골대를 맞고 나왔다.

전반을 1점 뒤진 채 마친 울산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설영우 엄원상 등을 교체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울산은 후반 8분 엄원상이 동점 골을 기록했다. 엄원상은 설영우의 컷백을 쇄도하며 차 넣었다.

울산은 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후반 25분 바코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수를 제치고 시도한 회심의 오른발 슈팅이 골대를 비껴가는 등 역전 골을 만들지 못했다. 조호르는 후반 35분 역습 과정에서 베르손이 골을 만들어 냈고,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서 승리를 거뒀다.

첫 번째 경기에서 가와사키 프론탈레(일본)에 비겼던 울산은 두 번째 경기에서 패배하며 1무 1패로 I조 3위에 자리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경기 직후 “전부 실수로 인해 실점했다. 결과적으로 패배했지만 상대가 잘한 점이 많았다”며 “우리가 승리를 거둘 수 있는 경기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 날 대구도 F조 2차전에서 라이언 시티 세일러스(싱가포르)에 0대 3으로 패했다. 대구는 볼 점유율 63% 대 37%, 슈팅 14 대 8 등 대부분의 수치에서 상대를 압도하고도 패배를 안았다. 대구는 1차전에서 산둥(중국)을 7대 0으로 대파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이날 패배로 상승세가 꺾였다. 알렉산더 가마 대구 감독은 “경기 중에 좋은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득점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전남도 G조 2차전에서 BG빠툼유나이티드(태국)에 0대 2로 패배했다. 대구와 전남은 각 조 3위로 밀려났다.

ACL 우승을 목표로 출전했던 K리그 팀들이 한 수 아래로 여긴 동남아 팀에게 덜미를 잡히며 조별리그 통과마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동아시아 권역 조별리그는 각 팀당 6경기씩 치른 뒤 각 조 1위 5개 팀과 2위 중 상위 3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