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철거·피해보상 제자리… 입주예정자·상인들 속앓이

입력 2022-04-20 04:07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원회가 19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참사 현장에서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 측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가 20일로 사고 발생 100일을 맞는다. 책임자 처벌은 차례로 이뤄지고 있으나 건물 철거·피해보상 등은 제자리를 맴돌아 입주 예정자, 주변 상인들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는 2개월로 예상되는 안정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상층부가 무너진 201동 건물의 동쪽 기둥과 남쪽 외벽을 철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광주지검은 최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책임자 11명, 법인 3곳을 기소하고 4명을 추가 수사 중이다. 붕괴참사 원인과 책임자 규명을 위한 수사를 마무리한 경찰은 재하도급과 차명부지 매입, 공무원 인·허가 등 HDC현대산업개발(현산) 본사와 지자체 등의 구조적 비위를 겨냥한 수사를 광범위하게 벌이고 있다.

수사 상황과 달리 철거 등 사후조치와 보상작업은 더디다. 시공사 현산과 광주 서구, 피해상가 대책위, 예비 입주자 등은 잔존 건물 안전진단 시행, 철거 시기 등을 놓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입주 예정자 등은 붕괴참사 직후 신축 중인 아파트에 동일공법을 사용한 이유를 들어 ‘신속한 전면 철거 후 재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서구는 정밀안전 진단 등 근거가 마련돼야 철거범위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현산은 여론추이를 숨죽인 채 지켜만 보고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붕괴 사고 직후 안전점검을 전제로 완전철거와 재시공까지 고려하고 이해 관계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현산이 신뢰 회복을 위해 화정아이파크 건물 철거와 보상 협의 등 사태 수습에 전향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현산은 19일 광주 서구청에서 입주 예정자 847세대의 의견을 듣고 조속한 사태 수습을 하기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위도 이날 서구청과 사고현장을 찾아 피해자들의 불만과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보상 절차는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붕괴참사로 숨진 근로자 6명의 민·형사상 합의, 산업재해 보상만 합의됐을 뿐이다. 입주 예정자와 직접적 피해 당사자인 인근 상인들에 대한 보상 협의는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다.

광주시는 서구와 현산이 진행 중인 피해보상 액수 접수절차 이후 용역계약을 맺은 손해사정사가 피해 상인, 입주 예정자 등과 면담을 거쳐 정확한 손해액을 산출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